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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17. 2021

결국 병원서 사랑만 하다 끝나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리뷰

(※ '슬기로운 의사생활 1'~'슬기로운 의사생활 2'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시즌제 드라마 혹은 영화들은 흔히 '소퍼모어 징크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화려하게, 혹은 훌륭하게 1편을 마쳤으나 후속편들이 첫 편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원호 감독의 시즌제 드라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또한 해당되는 이야기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간 병원서 사랑하거나 혹은 인물 간 갈등을 쌓는 등 전형적인 패턴들과 살짝 다른 결을 보여서였다. 일단 작위적으로 극적 긴장감이나 위기를 유발하는 빌런들이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잔잔한 일상 같은 흐름이다.


여기에 인물들 대부분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처럼 성선설에 가깝다. 그래서 '착한 의사 판타지'라는 수식어도 붙었으나, 이들이 정성껏 진심을 다해 환자를 대하는 모습은 어찌 보면 이 시대가 원하는 이상향을 반영하는 듯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희망과 힐링, 잠시나마 꿈을 꾸게끔 만든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메디컬 장르이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렇게 보면 뻔한 내용처럼 보이나,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는 사랑만 부각하기보단 캐릭터들 간 관계를 자연스레 쌓아나가는데 주력했다. 그렇다 보니 어느 하나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관계성이 없었다. 이를 99즈가 매회 합주하는 음악으로 씌워 위로하고 용기를 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푹 빠진 것이다.



그러나 시즌2에 접어들면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시즌1 때 닦아놓았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너무 많은데도 한 명 한 명에 필요 이상으로 디테일한 서사와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바람에 '슬의생'의 장점으로 평가받았던 '착한 의사' 판타지가 퇴색됐다. 이는 시즌2 초반과 중반부 이후 에피소드에서 환자들과 대면하는 신이 현저히 줄어든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제작진이 분량 실패한 셈이다. 메인 캐릭터인 99즈 다섯 명을 전부 러브라인을 만들고 이를 순서대로 차례차례 풀어놓다 보니 늘어진 테이프처럼 전개가 더디고 지루해졌다. 확실히 관계의 결실을 맺을 때 연출하는 방법은 여전히 담백하고 설렘을 유발하나, 이 과정을 너무 천천히 자세하게 표현할 필요는 없었던 것. 에피소드 하나에 무려 2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으로 늘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망한 빌드업이 됐다.


시즌2, 총 24개 에피소드를 달리면서 '슬의생' 또한 결국 "병원서 사랑하는 이야기"로 끝맺음했다.  신원호 감독은 시즌3가 없다고 밝히면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종료를 선언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슬의생'과 율제병원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이야깃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물이나 사건, 소재가 나오지 않는 한 '슬기로운 의사생활3'은 시즌1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다.


시즌1 : ★★★★

시즌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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