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 게임' 리뷰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라면 자고로 손에 땀을 쥐는 팽팽하고 쫀쫀한 긴장감이 생명인데. 그러한 긴장감이 1도 없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오징어 게임'이 해냈다.
'오징어 게임'은 목숨과 바꾼 456억 원 상금을 타기 위해 죽음의 게임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기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기대감을 높여왔다.
그러나 생존형 서바이벌과 예고편에서부터 공개된 죽음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때문에 영화 '신이 말하는대로'나 '배틀로얄' 등 유사 장르 영화들과 표절 논란이 일었다. 이에 황동혁 감독은 2008년에 각본을 썼다고 밝히며 표절이 아님을 강조했다. 다른 서바이벌 장르 영화들에서 본듯한 일부 장면과 설정들이 눈에 띄긴 하나, 황동혁 감독 말마따나 표절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456억 원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건 참가자들이 임한 게임들이 신선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설탕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그리고 오징어까지 추억의 골목 게임에서 착안한 점은 여태껏 보지 못했던 소재임은 확실했다.
그러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제외하곤 완성도 면에서 아쉽다. 서바이벌 장르에서 게임의 난이도나 몰입도, 필승공략법이 얼마나 창의적이냐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질텐데 2라운드부턴 쫀쫀함이 없었다. 실패자들을 향한 형벌도 너무나 단순했다. 그나마 스페셜 매치인 '약자 솎아내기'가 꺼진 긴장감에 불씨를 살리려 홀로 고군분투했다.
'오징어 게임' 속 데스 게임들이 재미없게 다가오는 이유는 게임과 게임 사이에 배치된 참가자들의 이야기들을 너무 구구절절하게 읊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중요한 1회에서 '오징어 게임'은 기훈(이정재)이 데스 게임에 참가하게 되기까지 과정을 필요 이상으로 설명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도박 중독, 백수, 이혼, 무능력 등 총체적 난국인 그가 후반부에 갑자기 정의의 사도처럼 돌변하는 인물 변화도 쉽게 납득되지 않았다.
기훈뿐만 아니라 데스 게임에 참가하는 다른 캐릭터들도 인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장황한 설명의 연속이었다. 여기에 외국인 노동자(알리), 여성(한미녀), 노인(일남) 등 시대착오적인 캐릭터 표현부터 기시감 가득한 갈등 구조, 전개, 반전 장치 등이 넘쳐났다. 특히 VIP 룸에 전신 페인팅하며 VIP를 시중드는 여성들은 보기 거북할 정도다. 또 중간에 갑자기 등장한 지영(이유미)은 너무나 생뚱맞았다.
그나마 거대 자본을 투입해서 제작한 게임 세트장이나 아기자기하고 형형색색으로 채운 이동 통로, 동그라미, 세모, 네모 가면을 쓴 진행요원 등이 인상에 남을 뿐이다.
'오징어 게임'은 승자보단 패자에 초점을 맞추고, 신뢰의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마지막 회인 9회까지 보는 내내 황동혁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나 주제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시대를 잘못 만난 연출과 스토리, 설정 등이 너무나 크게 부각되면서 주제를 가려버렸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