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과 주근깨의 공주' 리뷰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만큼은 아니지만, 호소다 마모루의 장기였던 따뜻한 메시지와 세계관을 '용과 주근깨의 공주'에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녔으나 노래할 수 없게 된 스즈(나카무라 카호)가 가상세계 'U'에서 '벨'로 태어나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그러다 의문의 존재 용(사토 타케루)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현실과 가상공간 두 트랙으로 진행되는 듯하면서 점차 하나로 엮이는 과정으로 서사를 풀어나가고 있다. 스즈가 U에서 사용한 이름 벨과 가상에서 만난 용 두 캐릭터에서 눈치챘듯 '미녀와 야수'를 연상케 하는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호소다 마모루가 가상공간 U, 이른바 메타버스를 표현하는 방식 또한 매력적이었다. 디지털 세계에 걸맞은 화려한 배경 구도와 3D 모델링, 몽환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여기에 역동적인 카메라무빙이 더해져 누구나 쉽게 빠져들 법한 U로 탄생시켰다. 벨로 분한 스즈가 대규모 콘서트가 아름답고 황홀하게 다가왔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U가 '용과 주근깨 공주'에서 더욱 크게 다가왔던 건, 가상 세계가 인물들의 성장통의 배경으로 사용됐다기 보단 성장할 수 있는 공간 그 자체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이는 그간 보여줬던 호소다 마모루의 성장사와는 조금 다른 면이어서 색달랐다.
매혹적인 U에 집중 부각했던 탓인지 '용과 주근깨 공주'의 단점 또한 고스란히 노출됐다. '미녀와 야수'를 차용해 주인공 스즈와 용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극복해나간다는 설정은 좋았으나, 묘사가 부족했다. 아무래도 거대한 세계관을 압축하기보단 그대로 장황하게 그려내다 보니 발생한 문제점이다. 또 캐릭터들이 다소 과장되고 평면적인 점, 스즈와 죽은 어머니 간 연결고리 설명도 명쾌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
단점이 명확한데도 '용과 주근깨의 공주'가 인상 깊었던 건 U세계 사람들을 감동시킨 스즈의 노래가 주는 힘과 이를 감싼 메타버스 세계가 선사한 판타지 덕분이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몽글몽글한 감정도 오랜 여운을 안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