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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Sep 15. 2021

심령 호러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

영화 '말리그넌트' 리뷰

"관객들이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기대에 맞게 이제껏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제임스 완 감독 말대로였다. 그동안 선보였던 공포 영화들과는 또 다른 결이었다.


'쏘우', '인시디어스', '컨저링'  공포영화 대가로 이름 알렸던 제임스 완이 오랜만에 공포 영화 '말리그넌트' 컴백했다. 어떤 공포 스릴러를 보여줄  개봉 전부터 기대가 됐던  사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동안 귀신의 등장이나 빙의 혹은 기괴한 행동하는 부마자들이 등장하는 기존 공포 영화와는 달랐다. 빌런 가브리엘의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보여주려고 강렬하고 잔혹한 오프닝 신을 선사했으나, 이어지는 장면부터는 전혀 다른 영화라 느껴질 만큼 다른 톤을 보였기 때문.


남편 데릭(제이크 아벨)을 비롯해 가브리엘이 연쇄 살인을 벌이고 처참한 광경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겁에 질리는 매디슨 등 중간중간마다 소름끼치는 장면 혹은 연출들이 등장하긴 한다. 그러나 스릴러나 슬래셔 무비를 많이 본 이들이라면 그리 무섭게 다가오지 않는다.



대신 관객들을 떨게 만드는 공포보단 연쇄 살인자 가브리엘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내는 데 더욱 무게를 뒀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추리하게끔 만든다. 의미 없는 것처럼 등장하는 장치들까지도 알고 보면 가브리엘의 정체를 유추하는 단서가 된다. 그렇다고 엄청 꽁꽁 숨겨두거나 두뇌회전이 많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 부담은 없다. 그래서 신선했다. 198, 90년대 공포 영화를 섭렵한 관객들이라면 어딘가 친숙한 연출과 구조에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가브리엘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부터는 상황과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특히 가브리엘이 본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엽기적이다"고 생각할 수 있는 충격적인 비주얼로 공포감을 심어줬다. 이어 히어로 영화에서 볼법한 가브리엘의 잔인무도한 액션과 광기 어린 폭주는 공포 스릴러 분위기를 한층 더 강화시켰다. 제임스 완이 '분노의 질주 7', '아쿠아맨' 연출도 했다는 사실을 재각인시키는 부분이랄까.


그러나 '쏘우'나 '컨저링' 등을 생각하거나 심령 호러를 기대하고 온 관객들이라면 다소 의아해할 수 있다. 또 점프 스케어를 좋아한다면 빌런의 정체를 추리하도록 머리 쓰는 '말리그넌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말리그넌트' 속 매디슨 가족 이야기와 이들이 그려내는 진한 가족애도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다. 매디슨 동생 시드니(매디 해슨) 중심으로 나올 때는 가족 영화 아닐까 생각들기도 했다. 스포일러라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말리그넌트'의 주요 서사와 연관되어 있긴 하다. 그런데도 다소 예스러운 전개와 세련되지 못한 엔딩은 아쉬움만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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