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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14. 2021

베놈에겐 부부클리닉이 필요해

영화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리뷰

히어로 영화인 줄 알았는데, 크게 속은 느낌이다. 이건 '사랑과 전쟁'이다. 하루빨리 신구 선생님을 뵙고 조정기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를 짧게 요약한 문장이라고 봐도 좋다. 분명 전편보다 러닝타임이 10분 줄였음에도, 알차기는커녕 실없는 내용만 한가득이기 때문이다.  


개봉 전 공개된 포스터나 영화를 소개하는 시놉시스에는 에디 브룩(톰 하디)-베놈 듀오가 새롭게 등장하는 빌런 클리터스 캐서디(우디 해럴슨)-카니지를 만나서 제대로 된 한 판을 뜨는 것처럼 보인다. 총체적 난국이었던 전편의 실수를 만회하려는가 싶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히어로의 전형적인 선악구도 대결과는 사뭇 다른 결로 흐름이 이어졌다. '베놈 2'의 전반적인 내용은 전편에 이어 에디 브룩과 베놈의 삐걱대는 공존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무분별한 살육과 정체를 드러내는 걸 꺼려하는 숙주 에디와 달리 기생하는 베놈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이 삐걱대는 관계는 결국 갈등이 격해져서 이별이라는 결과를 낳고 다시 특별한 계기(클리터스-카니지)로 인해 재결합한다. 마치 그들의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이 과정이 그렇게 재밌지 않다. 유쾌하게 풀어낸다고 하나, 웃음이 나오질 않는다. 에디와 베놈의 말맛 티키타카에서 재미를 찾지 못했다. 첫 단추('베놈')부터 잘못 끼웠으니 후속편에서도 어설픈 캐릭터 케미나 빌드업, 서사가 쉽게 와닿질 않았다.



그나마 나은 점이라면 빌런 클리터스 캐서디-카니지가 본격 등장할 때다. 심비오트의 흔적이 그의 몸에 들어가 카니지가 탄생하는 순간, 비로소 히어로 영화에서 느낄 법한 긴장감이나 쫄깃함이 전해진다. 이들 덕분에 중반까지 너무나도 늘어진 '베놈 2'의 흐름도 한껏 팽팽해진다.


다만, 에디-베놈과 클리터스-카니지가 제대로 맞붙는 건 후반부가 돼서야 드러난다. 이 또한 한 번으로 제대로 몰아붙인다. 기괴하면서 화려한 CG, 현란하고 묵직한 액션을 다 쏟아낸다. 마치 이것이 피날레라고 알려주듯 말이다. 그렇기에 '베놈 2'는 보는 이들에게 후반부까지 기다리라며 극도의 인내심을 요구한다.


허나, 그나마 빌런이라고 일컫는 클리터스-카니지나 슈크(나오미 해리스)도 딱히 인상을 심어줄 만큼 존재감을 발휘하진 못한다. 클리터스-카니지의 대학살은 뒤늦게 발동이 걸렸고, 심비오트와 상극의 능력을 지닌 슈크는 빌런의 여자 친구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래서 두 캐릭터 모두 이 편을 위한 일회성 소모품에 그쳐 아쉬웠다.


사실 '베놈 2' 말미에 등장하는 쿠키영상이 가장 흥미진진하고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러나 이는 물이 줄줄 새는 배를 어떻게든 물 위에 띄워보려고 애쓰는 '베놈' 시리즈의 최후의 발악처럼 보인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에디와 베놈은 함께 손잡고 부부클리닉 받으라고 권장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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