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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19. 2021

성별만 바꾼다고 참신하진 않아

드라마 '마이 네임' 리뷰

주인공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다고 해서 케케묵은 내용이 갑자기 180도 탈바꿈하지 않는다. 그동안 봐왔던 누아르, 액션 클리셰들이 '마이 네임'에 와르르 쏟아졌다. 


지난 1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마이 네임'은 아버지 동훈(윤경호)이 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목격한 지우(한소희)의 복수극이다. 지우는 동천파 보스이자 동훈의 친구인 무진(박희순)의 제안으로 ‘오혜진’이라는 새 신분으로 언더커버가 돼 마수대에 잠입한다. 지난해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던 '인간수업'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의 신작이었던 만큼, 공개 전부터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동안 남성 캐릭터들의 전유물처럼 여겼던 언더커버, 누아르 장르에 여성 캐릭터를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선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인상적인 부분은 이게 전부. 주인공 지우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아버지가 생전 몸담았던 조직 동천파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오혜진이라는 신분으로 세탁해 경찰로 언더 커버하는 모습 등 그간 봐왔던 작품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우(혹은 혜진)의 내면과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표현한 것도 아니다. 그가 겪는 희로애락은 평면적으로 다가왔고, 익숙한 구성과 스토리라인 속에서 표현해서인지 신선함이라곤 전혀 없었다. 결국 지우 또한 성별만 바꾼 클리셰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에 최종회에 불필요한 감정선까지 끼어들면서 지우 캐릭터가 자멸한 꼴이 됐다. 전형적인 패턴으로 정면 돌파하려던 계산은 완전 틀렸다.



'마이 네임'을 통해 원톱 주연으로 우뚝 선 한소희는 8부작 내내 고군분투했다. 비록 '악녀'의 김옥빈만큼 화려하진 않더라도 거칠고 투박한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 노력은 가상했다. 그러나 지우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아쉬움을 보인 건 어쩔 수 없다. 묘하게 끌렸던 1, 2화와 달리 언더커버로 조직과 경찰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 하면서부터 표정 변화나 톤, 감정 폭이 다양하진 못했다.


이는 한소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소희와 함께 참여한 박희순, 안보현, 김상호, 윤경호, 이학주 등도 다른 작품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마이 네임'에서도 비슷하게 표현해냈다. 그래서 동천파나 경찰들도 딱히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흥미를 끌었던 건 도강재로 분했던 장률이다.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3화부터 본격적으로 자기 개성을 드러내며 '마이 네임'에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 빤한 흐름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고 쫀쫀함을 안겨 주었던 순산들도 모두 도강재가 큰 비중을 차지했을 때였다. '마이 네임'의 유일한 수확이자 새로 발굴한 얼굴은 장률 하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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