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 리뷰
21세기엔 10년 단위로 굵직한 획을 긋는 영화들이 등장하는 것 같다. 2000년대엔 최강의 판타지 3부작으로 손꼽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2010년대엔 CG의 혁명으로 일컫는 '아바타'. 현재인 2020년대에는 이 영화 '듄'이 앞선 작품들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 같다. 위대한 SF 황홀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감상평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보는 내내 '압도당했다'.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이래서 지난 1984년에 선보였던 동명영화가 관객들에게 혹평세례를 받았음에도 다시 한번 영화화에 도전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듄' 또한 '반지의 제왕'처럼 원작소설이 방대한 서사를 갖추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러닝타임 155분 사이에 최대한 압축해서 표현했다. 생소한 용어들이나 세계관 때문에 장황하게 보이는듯 하나, 큰 틀은 그리 어렵지 않다.
10191년 폴(티모시 살라메)과 자신이 속한 가문 아트레이데스는 황제의 명을 받고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서 자원 스파이스 생산 관리를 맡는다. 그러나 이는 황제가 아트레이드 가문을 견제하기 위한 계략이었고, 하코넨 가문의 습격을 받게 되는 폴의 서사다. 그와중에 그는 미지의 여인이 나오는 꿈을 계속 꾸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간다. '듄'은 가문 간의 권력 다툼과 자원 및 환경문제, 식민지주의 등이 한데 잘 섞여있다. 웃음이 나오거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지점 없이 진중하게 이어가는데, 지루할 틈을 못 느낄 정도로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스타워즈' 시리즈부터 광활한 우주를 배경삼은 SF를 그간 많이 봐왔기에 기시감이 느껴질 법도 한데, '듄'에선 그렇지 않았다. 각 행성별로 그들만의 정체성과 색채를 확실히 구분지으며 신비로움을 안겼다. 특히 주무대가 되는 아라키스의 황량한 사막은 섬세한 음악이 더해지면서 피부로 직접 모래바람을 맞는 듯한 건조함을 느끼는듯 했다. 또 몽환적이고 영적인 기운을 내뿜는 미장센과 음악들은 우리를 '듄' 세계관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몫 했다.
드니 빌뇌브의 훌륭한 연출 못지않게 '듄'은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한다. 레베카 퍼거슨부터 오스카 아이작, 조슈 브롤린, 제이슨 모모아, 하비에르 바르뎀,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굵직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네임밸류에 걸맞은 존재감을 내뿜으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 폴 아트레이드를 맡은 티모시 샬라메를 빼놓을 수 없다. 무거운 운명을 짊어진 폴로서 '듄' 주인공이라는 무게를 버텨낸다. 가냘픈 외모와 체격으로 폴의 불안감을 표현하다가도 중간마다 폭발하는 카리스마와 아우라로 '듄' 서사를 붙잡는다. 이전작들에서도 티모시 샬라메의 재능은 남달랐으나, '듄'을 만나면서 그는 '영웅' 같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캐스팅에 고민 없었다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자신감은 다 이유가 있었다.
'듄'은 시작하면서 소제목으로 '파트1'이라고 알렸다. 155분 관람하면서 느낄테지만, 기승전결로 비유하자면 기에서 승으로 넘어가다가 마쳤다. 폴의 예지몽에서 보였던 장면들이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하고, 끝나갈 무렵에 등장한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와 챠니(젠다이야)의 활약상도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렇기에 후속편이 당연히 나와야 한다. '듄' 파트2, 파트3 언제쯤 나오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