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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Nov 22. 2021

영화제목 바꾸길 정말 잘했네

영화 '장르만 로맨스' 리뷰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지만, 최초 제목이었던 '입술은 안돼요'에서 '장르만 로맨스'로 변경한 건 훌륭한 선택이었다. 제목 따라서 영화가 그대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로맨스는 맞긴 한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코미디이고, 더 깊숙이 바라보면 인생이라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 현(류승룡)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화려한 직함을 달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7년째 새 작품을 쓰지 못해 출판사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고, 후배는 계속 치고 오르고 있지, 양육비까지 신경 써야 하는 기러기 아빠다. 도입부 내레이션의 표현을 빌려 따갑고 퍽퍽한 삶이다. 이런 그에게 유진(무진성)이라는 젊은 청년이 접근한다.  


현의 전 부인 미애(오나라)도 쉽지 않다. 아들 성경(성유빈)은 질풍노도에 접어들어 컨트롤하기 힘들고, 새롭게 연애하는 상대는 전 남편의 친구인 순모(김희원)라 눈치 보며 몰래 만나야만 했다. 성경은 실연당한 와중에 옆집 여자 정원(이유영)에 꽂혀 마음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소소하고 평범한, 흔히 볼법한 관계들을 얽히고설키는 서사로 표현하며 관계를 그려나간다.


'장르만 로맨스'는 뻔하게 흘러갈 것 같은 관계성을 조금 비틀어버린다는 게 특징이자 묘미다. 그래서 대환장 폭소 파티가 이어지다가도 어느새 진한 여운을 준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작은 위로를 받게끔 만들기도 한다. 보통 로맨스 장르를 띠는 영화들과 달리 점점 뒤로 갈수록 탄력 받아 입체적으로 꾸며지는 것 또한 '장르만 로맨스'의 볼거리다.



'장르가 로맨스'를 연출한 배우 조은지는 이전에 단편작을 연출하면서도 재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첫 장편 상업영화에서도 조은지 특유의 말맛과 글맛이 잔뜩 묻어난다.


첫 장편 상업영화이다 보니 초반 편집 등에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거나 방지턱을 지나가듯 갑자기 덜컥거리는 부분도 보이긴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웃고 어떤 이는 왜 웃을까 갈리는 지점도 있다. 그런데도 능숙하지 못해 발생하는 그 엇박자가 되려 '장르만 로맨스'만의 매력처럼 다가온다. "색을 섞는다고 그 색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대사처럼 이 영화도 자기 색을 확실히 갖추고 있다. 독특한 식감과 맛 때문에 자꾸만 생각나는 겉바속촉 과자처럼 말이다.


'장르만 로맨스'에 빠져들게 되는 또 다른 이유를 꼽자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내공도 있다. 류승룡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마성의 남자'다. 다양한 인물들과 붙으면서 각각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좋은 시너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가 있었기에 김현 캐릭터가 더욱 맛깔나게 살아날 수 있었다. 요즘 상승주가를 그리고 있는 오나라와 김희원은 그들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어서 좋았다.


또 "누난 내 여자라니까"를 외치는 듯한 성유빈과 여태껏 보지 못했던 '4차원' 이유영의 재발견도 인상적이다. 특히, '장르만 로맨스'로 확실히 얼굴도장 찍은 무진성도 빼놓을 수 없다. '산후조리원'에서 등장할 때도 예사롭지 않더니, 이번 영화에서 확실히 꽃을 피우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캐스팅 또한 감독 조은지의 역량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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