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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Dec 22. 2021

킹스맨 1기는 매우 진지한 젠틀맨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리뷰

에그시(태런 에저턴)와 해리(콜린 퍼스)가 속한 킹스맨의 대선배 에이전트들은 어떤 캐릭터였을까. 유머를 던질 줄 아는 쿨한 힙스터보단 매우 진지한 젠틀맨이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시크릿 에이전트'와 '골든 서클'에서 보여준 '킹스맨' 시리즈의 매력은 센스 있는 B급 유머와 클래식함, 그리고 자비 없는 현란한 액션이었다. 이들의 기원이자 1편 격이 되는 '퍼스트 에이전트'는 전작들과 전혀 다른 아우라를 뽐낸다. 그래서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지금으로부터 1세기 전인 1910년대로 돌아가 킹스맨 에이전시가 탄생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로 담았다. 평화주의 신념을 고수하던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은 2차 보어 전쟁 중 아내를 잃었다. 아들을 꼭 지켜달라는 아내의 당부에 아들 콘래드(해리스 디킨슨)를 애지중지 키웠으나, 콘래드가 조국을 위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겠다고 나섰다. 두 부자가 의견 대립하는 사이에 이들의 조국 영국은 빌런들의 봉쇄작전으로 고립되어 가고,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는 전쟁을 끝낼 첩보 활동을 개시한다.


1차 세계 대전을 영화 속 주요 배경으로 설정해 진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섞어내고 있어서인지 클래식함과 진중함이 배가 됐다. '킹스맨' 특유의 재치와 유머가 거의 배제된 대신, 비장하고 묵지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간 봐왔던 정통 첩보물의 향기를 잔뜩 풍기고 있다.



스타일이 달라지다 보니 액션도 바뀌었다. 매튜 본 감독의 시그니처로 잘 알려진 유쾌한 난도질 청불 액션은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를 잘 정제된 우아함과 정직함, 드라이함으로 가득 채웠다. 여기에 평화주의·반전 메시지도 담아낸다. 입대를 고집하는 콘래드와 이를 말리려는 옥스포드 공작의 갈등은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그러나 '킹스맨' 시리즈 중 한 편으로 '퍼스트 에이전트'를 관람한다면, 취향에 따른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작품이다. 기존 체계를 타파하고 통통 튀는 개성으로 일관하던 '킹스맨' 전편들과 달리 '퍼스트 에이전트'는 너무나도 진지한 궁서체로 130분 러닝타임을 채워나가기 때문이다. 


'킹스맨' 시리즈의 아이덴티티인 슈트 패션이 어김없이 등장하긴 하나, 오로지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의 슈트 패션을 감상하는 데 불과할 수준에 그친다. 슈트에 감춘 비밀 아이템처럼 번뜩였던 아이디어들은 없다. 그래서 '킹스맨'이라는 타이틀을 가린다면,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잘 짜여 있긴 하나, '킹스맨' 이전 시리즈와는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것. 


'퍼스트 에이전트'에 등장하는 조력자들이나 빌런들의 존재감에 대해 관람한 이들 사이에서 다르게 평가될 듯싶다. 전작들을 장식한 캐릭터들에 비해 개성 등이 밋밋하거나 이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라스 푸틴(리스 이판)의 나홀로 마이웨이 광기는 영화에 녹아들지 못한 채 제멋대로 발레를 추는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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