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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Dec 23. 2021

그래서 네오는 왜 돌아온거죠?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 리뷰

훌륭한 3부작으로 평가받았던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약 10년 만에 4편으로 컴백하기 전에는 기대반 걱정반이었으나, 공개 뒤에는 호평으로 가득했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서사와 캐릭터들의 관계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3부작으로 마무리했던 '매트릭스'도 약 20년 만에 새 시리즈로 컴백했다. '토이 스토리'와 달리, '매트릭스'는 왜 '리저렉션'으로 돌아온 건지 쉽게 이해되질 않는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3편인 '레볼루션'에서 인류 평화를 조건으로 자신을 희생한 네오(키아누 리브스)의 뒷이야기로 시작한다. 영화 속 시간은 네오가 기계 도시 지도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조우한 지 6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매트릭스' 이전 시리즈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편에서도 시종일관 어느 것이 진실인지 가상인지 관객들에게 혼란을 유발한다. 여태껏 봐왔던 '매트릭스' 3부작이 토마스 앤더슨(키아누 리브스)이 만든 게임이었다는 것, 모회사 워너 브러더스의 압박에 4편을 만들어야 하는 것, 4번째 시리즈 제작을 두고 게임회사 직원들의 브레인스토밍 및 무차별 대사 폭격 등은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덕분에 자신이 미쳐간다고 토로하는 토마스 앤더슨을 향한 관객들의 공감 지점을 형성한다. 여기에 이전 시리즈의 몇몇 장면들이 파편처럼 튀어나오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끔 만든다.

 


다행히 '리저렉션'은 이해 난이도 상급에 해당되는 '매트릭스' 시리즈 중에선 가장 이해하기 쉬운 에피소드다. 플래시백 한 전작들의 일부 장면들이나 오마주는 '매트릭스'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번 편으로 입문하는 이들에게 친절하게 코멘터리 해주면서 진입장벽을 낮춰주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 시리즈가 공개될 당시 듣도 보도 못한 개념으로 혼란을 안겼던 '메타버스'가 현시점에선 자주 사용되서인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도 있다. 더불어 '매트릭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나 왜 지금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나와야 하는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계속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긴 하나, 이전 시리즈에 대한 헌정판이자 향수 자극용에 머물며 한 단계 더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 전보다 진화한 스미스 요원(조나단 그로프)과 대조적이다. 극 중 캐릭터들의 뼈 있는 대사들에서 드러냈듯,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라나 워쇼스키가 제작한 걸까.


'매트릭스' 주인공 투톱인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의 세월의 흔적을 반영한 액션신의 변화는 좋긴 하나, 허리 꺾기 액션처럼 이전작들에서 선보였던 센세이션이나 창의성은 없다. 이를 새로운 인물들이 채워줘야 함에도 그저 네오와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를 보좌하는 수준에 머문다.


결국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시리즈에 대한 친절한 코멘터리를 하면서 못다 한 네오와 트리니티의 사랑의 결실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인지 왠지 모를 허탈함만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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