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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an 08. 2022

물도 커피도 아닌 밍밍한 맹탕

영화 '경관의 피' 리뷰

영화 '경관의 피'가 러닝타임 119분 동안 달리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언더커버의 양면성을 전하려는 건지, 피보다 진한 브로맨스를 그려내고 싶은 건지 애매모호하다. 하나가 아닌 복수 선택이 낳은 욕심의 결과물이다. 


'경관의 피'는 출처불명의 후원금을 받고 범죄자들을 수사하는 광역수사대 반장 박강윤(조진웅)과 그의 뒤를 캐는 원칙주의자 신입 경찰 최민재(최우식)가 신종 마약 사건 수사를 두고 벌이는 두뇌싸움을 그리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범죄 누아르물에서 흔히 사용된 언더커버 소재에서 착안해 상위 1% 부자 범죄자들을 체포할 수 있다면 기꺼이 탈법도 마다하지 않는 경찰, 그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관계성을 형성하는 또 다른 경찰 2개 트랙을 선택해 동시에 전개한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경관의 피'에게서 흥미를 느끼진 못했다. '범죄자를 잡는다'는 명분 하에 시커먼 흙탕물에 발을 담갔다가 근묵자흑이 되어가는 강윤과 합법적인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민재의 가치관 대립은 적절한 질문이긴 하나, 사실 다른 작품들에서 줄곧 써먹은 이야깃거리라 특별하진 않았다. 여기에 모험 없이 예측 가능한 전개 방식으로 연출하다가 회색지대에 대한 질문의 답을 황급히 정해 매듭지어버리는 황당함도 보였다. 



'경관의 피'의 중심인 강윤과 민재 간 관계와 서사도 매력적이지 못했다. 서로 대립되는 가치관을 지닌 두 캐릭터를 진중한 버디물로 표현하려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으나, 이들에게서 의도적으로 브로맨스를 끌어내려고 했다. 이러한 선택으로 인해 개연성에서 허술함이 발생하고 갑작스러운 캐릭터의 변화를 감행하는 무리수로 이어졌다. 투명한 물인지, 진득한 커피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밍밍한 맹물로 탄생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제작진이 의도한 '때깔 있는 영화'로도 보이지 않는다. '경관의 피'는 유사 장르 영화인 '독전'을 연상케 하듯 어두우면서 세련된 색감, 독특한 BGM 등을 사용했으나 몰입도를 방해했다. 혼란스럽기만 한 카메라 워킹, 불필요한 클로즈업과 의도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을 선사하면서 경계가 무너졌다. 적절치 못한 음악 사용 및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믹싱 문제도 노출했다.


총체적 난국 속에서 유일하게 휘말리지 않고 또렷하게 어필한 이가 있으니 바로 조진웅이다. 그간 형사 역할을 많이 했음에도 '경관의 피' 속에서 그의 얼굴만큼은 뻔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강약 조절을 하며 영화를 멱살 잡고 이끈다. 그에 반해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최우식은 존재감이 느껴지지 못했다. 이는 배우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가 연기한 민재 캐릭터가 처음부터 엉성했기에 일어난 문제였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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