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Hyun Jan 14. 2022

'베이비 드라이버'가 '슈돌'을 만나면

영화 '특송' 리뷰

모두를 놀라게 만드는 드라이빙 실력으로 무정한 배송 에이스도 반송이나 배송지 변경 등 사고에는 유연하게 대처해도 처음 겪는 돌봄을 만난다면 속수무책이 된다. 그래서인지 쭉쭉 치고 달려야 할 '특송'이 덜컹거리며 제 속력을 내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


'특송'은 특송 전문 드라이버 장은하(박소담)가 예상치 못한 배송사고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면서 반송 불가 수하물과 300억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예고편에서 공개했듯이, '특송'의 메인은 자동차 액션이다. 자동차 액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속도감과 경쾌함이며, 두 가지 요소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몰입도에 크게 좌우한다. 장은하가 특송 임무를 받고 부산 전역을 정신없이 누비던 초반 카체이싱 시퀀스에선 확실히 자기 매력을 살리며 정체성을 드러냈다. "선수 입장!" 같은 뻔한 클리셰도 없었다. 마치 '베이비 드라이버' 여성 버전처럼 다가왔다.


그러나 '특송'의 신선함과 쾌속질주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는 주인공 장은하가 자신의 장기(드라이빙)와는 전혀 상관없는 장르와 만나면서부터다. 원치 않게 경찰-국정원과 엮이고, 의뢰인 김두식(연우진) 아들 김서원(정현준)과 이상한 동행을 하게 된다. 이후 액셀러레이터를 마음껏 밟지 못하고 계속 과속방지턱에 걸리며 감속운전을 하게 된다.



장은하와 김서원의 관계성을 그려내는 방식도 '특송'에 쉽게 몰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진입장벽이다. 다른 영화에서 표현해왔던 여성과 아이의 유대를 여기서도 중점적으로 부각하되, 구태의연하게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쿨내를 풀풀 풍겼던 장은하는 졸지에 철부지 초등학생 시터로 전락했고, 후반부에 급하게 드러내는 인간적 면모 및 감정 변화가 의문스럽다.


박소담과 정현준의 어색한 케미도 계속 눈에 밟힌다. 아직 아역이다 보니 연기 면에서 영글지 못해 박소담이 최대한 맞춰주려고 고군분투하는 형세다. 이는 뒤에서 연기자에게 디렉팅하는 메가폰의 역량 부족으로 느껴진다. 특히나 두 배우가 전작인 '기생충'에서 과외선생-제자로서 호흡이 척척 맞췄던 걸 떠올린다면, 더욱 비교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특송'에서도 좋은 점들이 분명 있다. 앞서 언급한 카 액션 이외 기존 이미지에서 탈피하며 원맨쇼를 펼치는 박소담의 성장과 힘을 잔뜩 주지 않고도 빌런 조경필로 인상을 남기는 송새벽이 있다. 그러나 뚜렷하고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단점들에 묻혀버렸다. ‘우체국이 배달 못하는 것은 모두 특송한다’는 재밌는 로그라인을 띠고도 결국 '베이비 드라이버'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강제 체험하는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다.


★★


매거진의 이전글 물도 커피도 아닌 밍밍한 맹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