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뷰
대중에게 인정받는 좋은 작품의 상당수는 오래전(혹은 옛날) 공개돼 지금까지 널리 명성을 알리는 케이스들이 많다. 많은 이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훌륭한 이야기를 갖추고 있어서다. 그래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훌륭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복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스티븐 스필버그는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뮤지컬 중 하나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할리우드 버전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미 1961년에 한 번 영화화된 적 있는 작품이나, 이미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기에 다시 한번 스크린으로 가져왔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원작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간다. 각종 혐오와 인종차별에 들끓는 1950년대 말 뉴욕 변두리에서 세력 대립을 하는 제트파와 샤크파, 그 속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토니(안셀 엘고트)와 마리아(레이첼 지글러)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의 장점은 '화려함'과 '역동성'이다. 넓고 탁월한 공간 활용과 동선, 눈을 뗄 수 없는 안무를 지켜보고 있으면 자꾸만 앞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를 샘솟게 한다. 그 시절을 완벽 재현한 형형색색 의상과 건물들도 눈길을 끈다. 여기에 대표곡 'Tonight' 등 OST로 귀까지 사로잡는다. 마치 현대 기술력으로 오랜 세월이 쌓인 유물을 말끔하게 되살려놓은 느낌이랄까. 옛것은 좋은 것이다.
또 대립하는 양측(제트파 vs 샤크파)을 균형 있게 표현하되, 샤크파인 푸에르토리코인 캐릭터들을 모두 라틴계로 채우면서 스페인어 대사를 자막 없이 내보내 '하나의 미국'이라고 말한다. 반 세기가 지났음에도 현재 진행형인 상황을 대변하는 듯했다.
고전 명작 같은 뮤지컬을 영화로 훌륭하게 각색한 점은 칭찬할 만 하나,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명장이 연출했다는 프레임을 씌워본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한 방이 부족하다. 그건 아마 스티븐 스필버그가 왜 이 작품을 연출한 것인지 여전히 의문점이 남기 때문일 것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메인 스토리를 끌고 나가야 할 토니와 마리아의 경우, 70년 전이나 지금이나 너무 평면적이고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서 캐릭터들의 매력이 제대로 두드러지지 못했다. 그래서 두 캐릭터의 감정 및 애정에 몰입해야 할 지점인데도 예스러운 방식에 이질감이 느껴지고, 마치 머리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
또 두 세력인 제트파와 샤크파 간 대립 구도에서 모두 '미국인'으로 묶으려 하는 전개가 뒤로 갈수록 너무나도 동화스럽다. 스티븐 스필버그라면 21세기 버전으로 재해석해 보다 입체적인 서사와 캐릭터들을 표현할 줄 알았는데,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그의 도전이 재구현에서 그쳤다는 게 아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