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리뷰
오랜 시간 끝에 속편으로 돌아왔다고 존재감을 알리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압박감인가. 혹은 연휴 대목에 다양한 연령층을 만족시키겠다는 욕심이었을까. '해적: 도깨비 깃발'은 너무 많은 걸 담아내려다 보니 혼란스럽고 산만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해적: 도깨비 깃발'은 지난 2014년 개봉했던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후속편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전작과의 연계성은 거의 없다. 제목에 '해적'이 들어가는 것, 그리고 천성일 작가가 전작에 이어 이번 '도깨비 깃발' 각본을 맡았다는 점 빼면 별개 작품이라 봐도 좋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사라진 고려 왕실 보물을 찾는 해적들의 모험을 그린다. 바다에 표류한 우무치(강하늘)의 의적단을 해랑(한효주)이 이끄는 해적단이 구해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왕실의 마지막 보물을 실은 배의 정보를 듣고 찾아 나서던 중 빌런 부흥수(권상우) 일당과 맞닥뜨리게 된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해정: 도깨비 깃발'이 '바다로 간 산적'보다 진일보한 부분은 스케일과 영상미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벤치마킹하듯, 보물을 찾으러 한반도 인근 해역을 넘어 넓은 바다로 확장시켰다. 그리고 CG를 담당한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력이 돋보인다. 해길도로 향하는 해저 장면이나 무섭게 솟아오르는 불기둥과 소용돌이는 생생함 그 자체다.
그러나 '도깨비 깃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크게 불린 몸집을 튼튼하게 지탱해 줄 뼈대들이 약하다는 것.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만큼, 설 연휴 종합선물세트처럼 여러 가지 요소를 꾹꾹 눌러 담아서 선보이고 싶어 했다. 코미디처럼 웃기면서 때로는 멜로 같은 설렘을, 그러면서 호쾌한 액션과 마음이 탁 트이는 모험 요소까지 복합적인 영화임을 자랑하고 있다.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게 단점이다.
8년이라는 시간은 관객들의 성향과 수준이 충분히 많이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아직도 '바다로 간 산적' 시절에 써먹었던 케케묵은 개그 요소로 웃기는 건 변함없고, 기계적으로 액션과 멜로, 어드벤처를 돌려막기처럼 로테이션한다. 여기에 매끄럽지 못한 채 툭툭 끊기는 스토리와 난해한 편집점과 쓸데없이 빠른 전개도 한몫을 한다. 어느샌가 무치와 해랑 일행이 왜 보물을 찾으러 가야 하는지 잊어버리며, 갑자기 튀어나온 펭귄처럼 황당함을 금치 못한다. 1편도 썩 괜찮은 서사는 아니나, '도깨비 깃발'이 더욱 혼란스럽고 산만하다.
또 캐릭터의 쓰임새나 비중, 관계성 등은 1편보다 더 떨어진다. 예를 들면, 무치는 '원피스'의 루피처럼 한없이 엉뚱하면서 유쾌한 점이 잘 드러나는 반면에 해랑은 이질감 드는 대사톤처럼 애매모호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무치와 해랑의 케미가 중간중간 어색하게 느껴진다. 종잡을 수 없는 해랑 때문에 사극 장르에 능통한 한효주마저 버겁게 보일 지경.
웃음 버튼 역할을 맡은 막이는 평소 이광수의 코미디 및 예능 이미지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뻔한 느낌이었고, 해금(채수빈)과 한궁(오세훈)은 없어도 티가 전혀 안 날 만큼 존재감이 미비하다. 그나마 신선한 새 얼굴로 눈길을 끌었던 권상우의 사극 연기만 기억에 남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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