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리뷰
'명품'이라는 두 글자는 언제나 사람을 혹하게 만든다. 화려함의 대명사이자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요소이기에 명품을 차지하는 이들은 자연스레 주목받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를 향한 욕망과 집착은 계속됐을 것이고,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소유주들은 더하지 않았을까.
리들리 스콧의 새 연출작 '하우스 오브 구찌'는 영화 제목에서 금방 유추할 수 있듯이, 세계적인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 구찌의 비극이었던 청부살인 사건을 각색한 작품이다. '올 더 머니'와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 이어 다시 한 번 실화를 영화화해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명품 브랜드 이름처럼 자신의 이름이 곧 브랜드가 되는 이들이 있다.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가 그랬다. 우연히 파티장에서 마우리치오와 만난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레이디 가가)는 '구찌'라는 이름에 마음 속에서 격한 진폭을 느끼고 우연을 가장한 채 그에게 접근해 쟁취하고 구찌 일가로 들어가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이었다. 마우리치오는 회사 경영에 관심이 없는데다가 구찌의 왕좌는 마우리치오의 큰아버지 알도 구찌(알 파치노). 게다가 사촌인 파올로 구찌(자레드 레토)까지 있었다. 구찌를 손아귀에 넣고 싶었던 파트리치아는 전략적으로 움직이며 구찌 일가를 분열시켰고, 결국 마우리치오를 1인자로 올려놓는 킹메이커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후 닥쳐올 후폭풍까지는 예견하지 못했던 터. 결국 감당 못할 소용돌이에 휘말린 구찌 일가는 최악의 사건으로 뻗어나간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일궈낸 만큼, 구찌 일가의 겉면은 화려한 색채를 뽐낸다. 다만 구찌오 구찌의 가죽 공예나 시그니처와 같은 초록-빨강-초록 삼색선과 대문자 G 등의 유구한 역사를 디테일하게 담아내지 않고, 어마어마한 권력을 노리는 상류사회 구성원들의 욕망과 짙은 그림자에 초점을 맞췄다.
욕망과 질투, 탐욕과 오만, 혐오와 경멸까지 인간의 내면을 끄집어내면서 실화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리들리 스콧의 전작인 '올 더 머니'와 여러모로 비교될 법 하다. 그러나 '하우스 오브 구찌'는 선을 넘지 않고 제3자처럼 각 캐릭터들을 조명하고 따라간다. 그래서인지 강렬한 인상은 없고 몰입하는 데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알도-파올로 부자의 관계성이 조금 더 부각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도 '하우스 오브 구찌'를 지탱하는 배우들의 존재감은 칭찬할 만 하다. '스타 이즈 본'으로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레이디 가가는 '하우스 오브 구찌'를 만나면서 확실한 배우가 됐다. 상대역인 아담 드라이버나 베테랑인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에 밀리지 않는 아우라를 발산한다. 그리고 자레드 레토의 상상치도 못한 충격을 선사한 변신도 오랫동안 잔상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