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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an 27. 2022

전략과 계략은 한 끗 차이

영화 '킹메이커' 리뷰

상대방과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고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선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은 자신이 속한 아군에겐 도움이 되나, 정반대에 서 있는 이들에게는 계략으로 다가온다. 전략과 계략, 두 단어 모두 문제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누가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것이 '킹메이커'가 말하려는 주요 메시지 중 하나다.  


코로나19 여파로 오랜 시간 기다렸다가 드디어 관객들과 만나게 된 영화 '킹메이커'는 196, 70년대 '선거판의 여우' 혹은 '마타도어(흑색선전)의 귀재'로 불렸던 한 남자와 그 시절 무쇠의 뿔처럼 걸었던 다른 남자를 각각 서창대(이선균)와 김운범(설경구)이라는 가상 인물로 소환한 작품.


한국 근현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두 인물을 등장시켜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스크린으로 옮긴 만큼, '킹메이커'는 역사가 곧 스포일러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이는 중요치 않다. '킹메이커'의 진정한 매력은 벌어지는 사건들 사이사이에 드러난 김운범과 서창대의 관계성, 그리고 두 인물의 상징성이 되겠다.


다른 정치극들과 달리 '킹메이커'는 인물 관계를 때로는 경쾌하고, 어떤 때에는 뜨겁게 그려나간다. 변성현 감독이 '불한당'에서 한재호(설경구)와 조현수(임시완) 두 캐릭터가 그려내는 케미와 시너지에 힘을 줬듯, 여기에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혹은 빛과 그림자 사이 같은 김운범-서창대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공들였다. 이를 스타일리시한 장면과 그 시대에 어울리는 감각적인 촬영기법으로 더해 세련미를 부각했다. 



김운범은 어떠한 역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산이다. 그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신념 등을 전면에 내세워 이상적인 정치인의 면모를 강조함과 동시에 이면에 감춰진 인간적인 감정들도 풀어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목소리 높여 외치는 김운범의 메시지에 몰입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영향 때문. 


그러면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그림자' 서창대의 선거전략들을 하나둘 나열하면서 통쾌함과 더불어 숙연함을 안겨준다. 그의 전략이 아군 시점에선 '영리한 여우'처럼 보이나, 적대하는 입장에선 '교활한 여우'의 계략으로 비추고 있다. 초반에 나온 애기똥풀의 두 가지 의미처럼 말이다.  


기대했던 것보단 극적이지도 않고 중간중간 촘촘하지 못한 캐릭터를 구성하는 디테일이나 늘어지는 듯한 서사가 눈에 밟힌다. 그러나 이 약점을 설경구, 이선균의 연기 아우라로 메꾼다. 그래서 설경구는 어느 때보다도 굳건하고 단단해 보이고, 이선균의 일거수일투족에 호응하다가도 자연스레 숙연해진다. 


이 영화에서 서창대와 대척점 격인 이실장 역의 조우진과 박 대통령을 연기한 김종수도 잊을 수 없다. 조우진은 친절한 듯 보이면서도 뒤에서 목을 휘감을 뱀 같은 면모를 보여줬고, 김종수는 모티브가 됐던 대통령 캐릭터를 연기한 다른 배우들에 뒤처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중심을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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