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리뷰
국내 매체물에서 좀비 장르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부산행'을 기점으로 좀비물이 쏟아지면서 어느덧 메이저 장르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보여줄 게 무엇이 있을까 의문점이 돌던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또 다른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을 공개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효산고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동명의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웹툰으로 연재될 당시에 인기를 모았던 만큼, 드라마화에 대한 기대도 높았으나, 한편으로는 이미 레드오션화 된 좀비 장르 후발주자로서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총 12회로 구성되면서 다른 국내 좀비물들보다도 가장 긴 러닝타임과 이야기를 갖추고 있다. 이는 주요 무대가 되는 효산고 학생들과 연관된 수많은 캐릭터들의 서사를 촘촘하게 풀어내기 위함인데, 빠른 전개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방지턱처럼 다가올 수 있어 호불호 포인트이긴 하다.
'지금 우리 학교는'만의 매력이나 차별성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 작품의 주체가 10대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이 좀비가 창궐하는 디스토피아를 맞이할 때 대처하는 상황들이 신선하다. 풋풋하고 순수하고 서툰 이들이 좀비들에 대적하는 방식에선 한없이 '어린 티'가 나고 어설퍼서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러면서 친구에 대한 소중함도 여실히 드러낸다. 이것이 10대 학생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성이고, 그래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한국형 학교라는 친숙한 배경이 주는 몰입도와 상상력을 주고 있다. 내가 학생 시절에 마주했다면 어떻게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헤처 나갈 수 있을지, 좀비 혹은 '절비'가 된 친구들을 어떻게 대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몰입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하면, 좀비물 장르 특유의 쾌감을 걷어냈을 때 드러난 현 사회의 이면이다. 첫 회에서 너무나 자극적으로 연출해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폭력부터 왕따, 빈부격차로 인한 차별적인 시선, 성문제 등이 얽혀 있다. 어쩌면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이나 후나 이 사회는 어린 학생들에게 디스토피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심어준다.
그러나 문제는 좀비와 현실 이슈들을 엮는 데에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져 불호 반응을 유도한다는 것. 앞서 언급했듯이, 첫 회 초반부를 장식했던 잔인한 학교폭력 신들은 드라마 편에서 새롭게 추가된 부분이나 투머치 한 내용이다. 그렇다 보니 좀비가 효산고 밖으로 퍼져나가 혼란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또한 빈틈이 곳곳이 드러나 아쉬움을 남긴다.
장점과 단점이 선명하게 나타나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은 앞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 그리고 OTT 플랫폼 등에서 활동할 라이징 스타들을 발굴하는 데 한몫했다.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단계를 거쳐가는 박지후, 윤찬영부터 조이현, 로몬, 윤이수, 이유미 등이 앞으로 많은 곳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을 것 같다는 예상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