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 가면을 쓴 그녀

결국 우주는 가면을 벗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by 보나

우주는 세상에서 물이 제일 싫었다. 물만 보면 어릴 적 바다에서 놀다 빠질 뻔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비만 오면 물이 넘치던 반 지하 방이 생각나서 싫었다. 그래서 우주는 늘 비가 오거나, 물이 있는 곳에 가면 가만히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이런 우주의 속도 모르고 성민은 늘 우주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겠다며 물놀이를 가자고 떼를 썼다. 아무리 남자친구여도 우주는 성민에게 자신이 물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이유를 이야기할 수 없었다. 항상 자신을 밝고 긍정적이라 생각하는 성민에게 자신의 마음속 깊이 파고들어 있는 어두운 모습을 내 보이기 싫었다.


자존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려움 없이 자라 온 우주에게 갑자기 닥친 가정형편의 위기는 우주에게 가면을 쓰게 했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없었다. 다만 우주를 보고 곱게 자란 것 같다고 떠들어대는 주변 사람들에게 애써 자신의 형편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1:1로 진로 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우주에게 학교생활 중 힘든 점은 없는지 물었고 우주는 웃으며 다 괜찮다고 했었다. 짧게 끝난 연극 같은 상담은 며칠 뒤 선생님이 다시 우주를 부르면서 막을 내렸다. 선생님이 가정 통지문 안내를 위해 집에 전화를 했을 때 우주 고모에게 우주네 가정형편이 갑자기 기울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토끼 눈이 되어 우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지난번 상담 때 말하지 않았니?”


“그냥 저는 괜찮아서요.”

우주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선생님은 정말 깜짝 놀랐단다, 너에게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너는 우리 반에서 가장 해맑고 긍정적인 아이니까. 고모에게 네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네...... 뭐 원래 성격이 그래요. 오래 생각해 봤자 답이 안 나오는 일이니까 그냥 생각 안 하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계속해서 우주의 표정을 살피는 선생님의 눈을 바라보며 우주는 평소보다도 더 크게 활짝 웃었다. 상담이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밝게 웃기만 했던 우주는 사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집안 사정을 말한 고모가 미웠다. 고모 집에 잠시 얹혀살게 된 우주는 항상 엄마처럼 친구처럼 대해주는 고모를 잘 따랐고, 엄마보다도 고모를 더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날 우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우리 엄마였으면, 선생님에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 날은 우주가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동정’이라는 것을 받아본 날이었다.


누군가에게 동정을 받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팠다. 그날 이후 우주는 선생님의 모든 행동과 말, 눈빛까지도 자신을 동정해서 그러는 것이라 의심하게 되었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 크게 혼을 내지 않을 경우, 혹은 자신이 생각했을 땐 작은 실수인데 엄청 큰 벌을 내리셨을 때조차도 우주는 모두 선생님이 자신을 동정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의심했다.


그렇게 우주는 점점 삐뚤어졌고, 그 삐뚤어진 마음은 우주에게 점점 더 두꺼운 가면을 쓰게 했다.






그림 : 하정우의 피에로(Pierrot)를 테마로 2011년에 가졌던 세 번째 전시회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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