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는가?
YES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는가?
NO
사람은 과거를 돌아보고 후회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지난날을 돌아보며 아쉬워하고 후회한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 즉,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 책들이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것들은 꽤 인기를 얻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 최근에 친구가 침을 튀기며 꼭 읽어보라고 선물해준 책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모두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두 이야기는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르다. 영화 <어바웃 타임>은 과거의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나 그리고 내 주변의 일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고 귀욤 뮈소의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후회되는 과거로 아파하는 현재의 나를 위해 과거를 바꾸기로 결심하는 이야기이다. 다들 각자의 이유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전자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한다. 하지만 두 이야기를 비롯해 시간 여행을 다룬 수 많은 이야기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과거를 후회하고 돌아가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지나가다가 옛사랑과 추억이 있는 곳을 봤을 때, 친구들과 걱정 없이 해맑았던 지난날 이야기를 떠들어 댈 때, 지금 이 순간 사는 것이 너무 벅차고 힘이 들 때 등등. 과거를 회상하며 그 날로 한 번만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하고 소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뿐이다. 그 날로 돌아가서 지금의 걱정, 슬픔은 잊고 행복에 허우적대는 내 모습을 보며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을 뿐 거기서 무언가를 바꾸고 싶지는 않다.
아니, 사실은 바꾸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지만, 바꾼다고 내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체념할 뿐이다.
나는 지극히도 운명론자이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고야 만다.’라는 말을 믿으며 인간의 운명, 특히 죽고 사는 ‘명’은 절대로 인간의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다. 그러니, 만약 어떤 일 때문에 지금 내가 너무 괴로워서 과거로 돌아가, 그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만든다면 그 일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일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지금의 나는 그 또 다른 일 때문에 아파할 것이라고.
사람에게는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것. 물론 작은 문제들은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그것은 모두 정해져 있는 운명 안에서만 유동적으로 발전하거나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는 정해진 틀 안에서 이렇게 움직이고 저렇게 움직이는 말일 뿐이다.
누군가는 그렇다면 인생이 너무 슬픈 것 아닌가?라고 물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우리는 우리에게 정해진 운명을 알 수 없다는 것. 그러니 좋은 결과를 얻어낸다면 그것이 내 운명일 것이고, 힘든 일이 닥친다면 그것이 내 운명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한 채, 그냥 열심히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 갈 수 있다.
그러니, 지나간 과거의 아쉬움으로 지금 현재를 허비하지 말자고. 돌아보더라도 그런 날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하고 추억하며 지금을 살자고. 돌아가서 바꾸고 싶다는 마음에 과거에 붙잡혀 괴로워하지 말자고.
그냥 그러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