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하우스는 프랑스 파리 몽테뉴 30번지에 위치한다. 그 곳은 디올이 디자이너가 된 이후 오래전부터 눈여겨보았던 저택이었다. 그가 느끼기에 그 곳은 가장 완벽한 비율을 자랑하며 절제된 우아함이 돋보이는 곳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맞은편에 있는 ‘플라자 아테네’ 고급스러운 최상급의 호텔을 보며 저 곳을 드나드는 아름다운 셀러브리티들이 그가 만든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위치를 선정했다.
그는 이 곳을 보자마자, “나는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이곳으로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1947년 2월 12일 이 몽테뉴 30번지 디올 하우스에서 첫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연다. 그의 첫 컬렉션 이름은 “Corolle and En huit"이며, Corolle은 불어로 꽃봉오리, En huit는 in eight(8) 이라는 뜻이다.
디올이 여성 다음으로 가장 신성한 존재라 여긴 꽃, 그리고 미신을 잘 믿는 디올의 행운의 숫자인 8까지 컬랙션의 이름으로도 그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다.
-미신을 잘 믿었던 디올의 하우스 설립의 계기 -
생각보다 소심했던 디올은 어느 브랜드의 최고 아트디렉터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그의 어릴 적 친구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충고했지만 디올은 자신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무턱대고 추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디올은 오랫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디올은 여전히 최고의 제안과 자신의 브랜드 창립에 대한 고민을 하며 거리를 걷다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리고 그것을 돌아보니, 거기에는 별이 있었다. 디올은 그 별을 보며 이 행운의 별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고, 자신의 이름을 딴 디올 하우스를 설립하겠다고 결심을 내렸다. 그렇게 디올은 그 행운의 별을 주워 항상 소중히 간직했고, 훗날에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 별을 본 떠서 선물로 주기도 했다.
사실 그가 주은 그 별은 진짜 별이 아니라, 그 시절 마차 바퀴를 연결하는 별 모양의 고리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디올은 그렇게 자신이 고민을 하던 순간 그 것에 의해 걸음을 멈추게 되었으니, 그리고 또 그로 인해 마음의 결정을 확고히 하게 되었으니, 그것을 행운의 별이라 여긴 것이다.
이처럼 미신을 잘 믿었던 디올에게 숫자 8 또한 큰 의미가 있다. 이유는 1946년 10월 8일이 그가 처음으로 꾸뛰르 하우스를 연 날이기도 하고, 그 하우스의 위치가 바로 파리 방돔 8구역이며, 또 첫 컬렉션 이름도 in 8이기도 하니까. 이처럼 숫자 8은 이후에도 디올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되었고, 행운의 숫자라 여겼다.
그렇게 열린 디올의 첫 컬렉션 “Corolle and En huit"은 성공적이었다. 이 컬렉션에서 선보인 <바(Bar)>앙상블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고 첫 컬렉션을 대표하는 작품 그리고 지금까지도 디올을 상징하는 룩이 되었다.
지금 보면 ‘그냥 그런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는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안된 시기였다. 전쟁의 여파로 그 시대의 여성들은 편안하고 실용적인 룩, 통이 큰 바지, 혹은 밀리터리 룩을 주로 입는 시기였다. 이런 시대에 크리스찬 디올은 시대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여성의 각선미를 부각하는 바 앙상블을 선보인 것이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여성의 아름다운 실루엣 그리고 여성성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크리스찬 디올이 선보인 극대화된 아름다운 여성성에 매혹되었다.
이 컬렉션을 본 미국 최초의 패션 잡지 <하퍼스 바자>의 편집장 카멜 스노우는 “크리스찬, 당신의 드레스는 정말 새로운 룩을 갖고 있군요!”라고 극찬하며, 이로부터 크리스찬 디올의 스타일을 일컫는 표현으로 ‘NEW LOOK'이 되었다.
‘NEW LOOK'은 말 그대로 새로운 룩, 기존에는 없었던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룩이라는 뜻으로 많은 이들이 크리스찬 디올의 패션을 새롭고 창조적이라 여기기 시작했다.
바(Bar)자켓은 말 그대로 Bar에서 영감을 받았다. 특히 디올 하우스 맞은 편에 있는 최상급 호텔의 칵테일 Bar에서. 디올은 활동적인 여성들을 좋아했으며, 여성들이 오후에 혹은 아침에 일을 하거나 개인적인 업무를 보고 저녁에 간단한 칵테일 바에서 파티를 할 때, 따로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옷을 위해 만들었다. 즉, 데일리 룩으로도, 저녁에 칵테일 파티 룩으로도 손색이 없는 룩이 바로 이 Bar 앙상블이다.
크리스찬 디올이 창조한 이 바자켓은 지금도 디올의 아이코닉한 상품이며, 지금까지도 다양한 소재,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