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스타일을 찾아보자
얼마 전부터 남자친구와 자주 다투었어요. 이유는 남자친구가 자꾸 본인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고 그럴수록 저는 더 다그치게 되었죠.
남자친구는 영화과에 다니는 학생이에요. 그래서 남자친구는 항상 영화과의 특성상 밤샘 촬영이 잦고 뒤풀이도 많으며, 과 동기나 선후배와 교류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며, 저보고 이런 점들을 이해해 달라고만 해요.
하지만 저는 아무리 과수업이나 과제라 해도, 밤늦게까지 여자들과 어울려 술을 먹어야 하는 지, 바쁠 때 연락 한 통할 시간도 없는지, 이해가 안돼요.
그렇게 말하면 남자친구는 항상 자신은 떳떳하다고, 다른 여자들이랑 제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전혀 없다며, 의심하는 저를 집착한다고 자신을 못 믿는다고 해요.
답답한 마음에 남자친구 핸드폰을 본 적도 있어요. 물론 남자친구가 말한 대로 바람을 핀 흔적은 없지만, 그냥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들이랑 밤늦게까지 연락하는 게 싫어요. 이런 말을 하면 남자친구는 그럼 저도 제 주변 남자 친구들 만나지 말라네요.
이렇게 답도 안 나오는 싸움만 계속되다가 어제 남자친구가 급기야는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그리곤 오늘 남자친구가 다시 연락 와서 싹싹 빌면서 다시 만나자고 하길 래, 다시 만나고는 있지만, 계속 이렇게 만나도 되는 건지, 고민돼요.
얼마 전 연락 온 아는 동생의 고민이다. 이 친구 말고도 다른 친구들도 이 비슷한 이유로 헤어진 적이 있고 나도 이런 일로 남자친구와 싸워본 적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커플들이 겪는 일인 것 같다.
나도 대학시절 신문방송학과를 복수 전공했기 때문에, 그 영화과의 특성을 조금은 안다. 물론 같은 과는 아니지만, 신문방송학과도 촬영이나 공연을 하는 팀플 수업이 많기 때문에 다 같이 밤새는 일이나 술자리도 잦다. 그래서 영화과에 다닌다는 그 남자친구의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이 커플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과에 다니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그 친구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여자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친구는 영화판이라는 것이 원래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만약 상대가 회사를 다닌다면, 일하는 중에는 연락이 잘 안되고 일에 집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봤자, 10시간 정도 밖에 안 되지만, 영화판은 24시간을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심지어 뒤풀이를 8시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리고 그 시간 동안은 그 것에만 몰두해서 연락이 잘 안되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한다.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실제로 이해하기는 힘들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영화과에 다닌다고 해서 모두가 이런 싸움을 하다가 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판에 있는 사람들이 다 솔로이지는 않을 테니까. 다만, 혹시 이 커플이 서로 사랑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이런 문제가 일어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람은 크게 네 종류의 사랑 스타일이 있다고
예전에 <오렌지 비치>라는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네 종류의 사랑 스타일은 금붕어, 강아지, 고양이 그리고 카나리아 스타일이다.
첫 번째 금붕어 스타일은 어항을 깨끗이 해주고 밥만 주면 잘 자라는 금붕어처럼 사랑할 때에도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만 잊지 않고 배려해주면 사랑받는다고 느끼고 본인도 상대에게 이런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두 번째 강아지 스타일은 “잘했어! 착해! 예쁘다!”라는 칭찬을 해주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상대가 칭찬을 많이 해주면 사랑받는다고 느끼고 본인 역시 이런 방법으로 사랑 표현을 한다.
세 번째 고양이 스타일은 아무리 칭찬을 해도, 맛있는 것을 줘도 관심 없고 도도하지만, 만져주면 ‘그르릉’거리고 좋아하는 고양이처럼 포근하게 안아주고, 만져주는 스킨십으로 인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스타일이다.
마지막으로 카나리아 스타일은 외면받으면 금세 죽어버리는 새인데, 만약 새장에 한 마리의 카나리아만 넣어둔다면 끊임없이 운다고 한다. 그래서 꼭 수컷과 암컷을 함께 길러야 울지 않고 조용하다고. 즉, 이 카나리아 스타일은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면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상처받는다.
이렇게 사랑 스타일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책 속 어떤 부부가 이혼을 하기로 하고 어떤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아내가, 그리고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헤어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할아버지는 아내에게 남편은 아내를 사랑한다고 하는데 왜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지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남편에게 집 문이 고장 났으니 고쳐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남편은 기억하지도 못하고 며칠째 고치지도 않았다고 하며,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런 말을 쉽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이 필요한 넥타이, 양말, 속옷까지 떨어지지 않게 항상 아침마다 준비해 주는데 남편은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 느낀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다시 남편에게 아내는 남편을 사랑한다고 하는데, 왜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지 물었더니, 남편은 매일 아침 아내에게 오늘 정말 아름답다고 칭찬을 하는데 아내는 한 번도 자신을 칭찬해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보면 아내는 금붕어 스타일, 남편은 강아지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는 매일 아침 아내의 얼굴을 보며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말하며 사랑 표현을 한 것이고 여자는 남자가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며 사랑 표현을 한 것이다. 즉, 이 부부는 안타깝게도 서로 사랑하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서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헤어지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은 저마다 느끼는 사랑의 스타일이 있다.
다시 동생의 커플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커플 속 여자는 곁에 없으면 죽어버리는 카나리아처럼 자신과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사랑 스타일이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자신과 있는 시간 보다 다른 일을 하는 데에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것이 화가 나고 그러다 보니 자꾸 싸움이 잦아지는 것이다. 이 커플의 남자 쪽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남자는 아마도 자신이 하는 일을 이해해 주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것을 사랑으로 여기는 금붕어 스타일 같다.
서로 사랑하는데 그 스타일이 달라서 생기는 싸움이라면, 서로 어떤 스타일인지 알아보는 대화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꼭 이 네 가지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어떻게 했을 때 사랑받는다고 느끼는지, 본인은 사랑을 할 때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해 깊은 대화를 해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상대의 스타일을 알았다면 서로 맞춰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대가 같이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로 인해 사랑받는다고 느낀다면 그렇게 해줘야 할 것이다. 물론 영화과의 특성상 같이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면, 같이 시간을 보낸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느냐고?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과의 특성을 이해시키려 한다면, 본인이 다니는 과에는 어떤 수업들이 있으며, 자신이 듣는 수업은 무엇이고, 그 수업은 어떤 것들을 배우는 것이고, 오늘은 어떤 수업의 어떤 스토리의 영화를 밤샘 촬영하는지, 그리고 그 촬영에서 내가 맡은 일은 무엇인지, 장소는 어디인지 등등. 아주 사소한 것부터 앞으로의 자신의 계획과 꿈 들을 이야기하는 것. 작은 것이라도 시시콜콜 이야기를 해준다면 아무리 그 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의심과 불안한 감정은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면 더욱 증폭된다. 예를 들어, “나 지금 집에 가고 있어.”라고 했을 때, 상대가 어떤 길을 걸어서 가는지,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는지 알고 있다면, 쉽게 머릿속에 상대가 집에 가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녀 혹은 그가 어느 동네에 사는지, 집에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면 그냥 막연하게 집에 가고 있다고만 알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게 한두 번이 지나면 답답해지고 혹여나 집에 가고 있다는 연락 뒤에 한 시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과 불안이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예전에 남자친구가 미국으로 유학을 간 적이 있다. 그때 한동안 권태기가 왔는데,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남자친구가 거기서 무엇을 하는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자친구가 “나 집이야, 나 학교야, 혹은 나 00랑 집에 가고 있어.”라고 이야기할 때 그중 단 하나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이 없었다. 그 곳에서 그가 살고 있는 집이 어딘지, 새로 사귀었다는 00이는 누군지, 학교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래서 나는 그가 그렇게 말할 때 하나도 공감이 되지 않았다. 그냥 영혼 없는 글자들만 내 머릿속을 떠다닐 뿐이었다.
그래서 이런 점을 남자친구에게 말하자, 남자친구는 그때부터 자신 주변의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며,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권태기를 극복해나갔다.
상대가 내가 없을 때 어떤 모습인지, 어떤 곳에 있는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상대의 모습을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이 있는 곳, 만나는 사람, 하는 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는 것. 사진이 동반되는 것도 좋고, 그 일에 대해, 장소에 대해, 사람에 대해 사소한 것 하나하나 자세히 말로 설명해 줘도 좋다. 단순히 ‘얘는 00이야’가 아니라, 얘는 언제부터 친구이고 나랑 어느 정도 친한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계기로 친해지게 되었는지 등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하다 보면, 서로 대화가 많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이 커플 속 여자는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론, 상대의 이성 친구에 대해 쿨 하게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그 친구가 어릴 적부터 가장 가까웠던 친구라 해도, 그 둘이 서로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 말고 다른 이성친구가 있다는 점은 상당히 불편하다. 나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고, 내가 모르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당연히 질투가 날 일이다. 하지만 상대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한다면, 믿어야지 어쩌겠나. ‘그렇다고 내가 그 사람 없이 살 수 있나?’라고 되 물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답이 나왔다면,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다. 그냥 상대를 믿는다면 상대도 내 믿음에 보답하지 않을까?
하지만, 만약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내 이성 친구로 인해 아파하고 불안해한다면, 한 번쯤은 심각하게 고민해 보길 바란다. 아무 사이도 아닌데 의심한다고 사랑하는 상대를 집착녀 혹은 집착남이라 비난하기 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 때문에 아파하는데 이 사람을 아프게 할 만큼 내 이성친구가 중요한지. 진짜 친구라면,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연락이 뜸해졌다고 해서 당신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정도 이해심도 없다면, 그냥 평생 안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