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은 나와 그대에게

by 보나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쓴지 벌써 6개월이 되었다. 처음 브런치라는 어플을 알게 된 것은 학교 선배의 SNS를 통해서였다. 그때 그 선배는 자신의 글이 브런치 메인에 실리고, 카카오 채널에도 실렸다는 들뜬 마음이 물씬 풍기는 글을 포스팅했고 그 포스팅 밑에는 축하한다는 댓글들이 수 없이 많이 달렸다.


그 선배의 포스팅을 보고, 나는 브런치라는 어플을 검색해 봤고, 이 어플을 보는 순간, 내 마음속 숨어 있었던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스믈스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여러 번 글을 쓰는 직업군에 지원했다가 실패의 좌절을 겪고, 집안의 눈초리에, 잔고가 바닥난 통장에 눈물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전혀 다른 길의 취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에도 ‘잠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나를 위로했었다. 꼭 글을 쓰는 직업군에 있어야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니, 일하면서 틈틈이 글을 쓰면 된다고. 그러니 너는 아직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나를 위로했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쓰러져 자기 바빴고, 쉬는 날에도 시체처럼 누워서 힘을 비축하기 바빴다. 그렇게 혼자서 끄적이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했고, 역시 글을 쓰는 직업군에 가야지만 주기적으로 글을 쓸 수 있고, 그로 인해 글쓰기 스킬이 늘어서 훗날에 멋진 작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또 여기저기 취업 공고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매달 통장에 꽂히는 월급의 달콤함에 조금씩 익숙해져, 막상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매일 혼자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싸움을 했다. 그런 나에게 그 선배가 가고 있는 길은 꿈과 같았다. 얼마 되지 않는 열정 패이만을 받으며 일을 하고, 틈틈이 혼자서 글을 쓰는. 그리고 그 글이 책으로도 나온다는 것까지. 그 선배를 보면 항상 나는 자책감에 시달렸다.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턱턱 숨이 막힐까?



그렇게 혼자서 그 선배의 SNS를 스토커같이 숨어서 들락날락 거리며 질투하고 자책하기를 반복하다가 브런치라는 어플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처음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할 때, 신청 조건에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나 SNS를 첨부하게 되어있었다. 매일 일하고 시체처럼 누워있기를 반복했던 나에게 그런 멋진 포트폴리오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나는 자기소개서에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적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여러 군데에 지원을 했지만 실패한 이야기, 가정형편으로 취업을 해야 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이야기, 브런치 작가가 된다면 조금은 내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구걸 같은 말까지.


그리고 조심히 기다렸다. 사실 안 될 줄 알았다. 그동안 브런치에서 내가 읽은 글들은 완벽했고, 감동이 있었고 게다가 재미도 있었다. 또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유명한 작가도 있었고 그동안 내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글을 쓰는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글들 앞에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져서 체념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어느 날 도착한 메일에는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그 메일을 받은 날 나는 마치 진짜 작가라도 된 듯이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 선배처럼 SNS에 자랑하는 글을 올리고 싶었지만, 어쩐지 나는 자신이 없었다.


내가 글을 쓴다고 하면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앞에서는 응원한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네가 무슨 작가씩이나!’라며 비웃진 않을까?


그래서 나는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렸다. 그렇게 알리고 나서도 나는 그들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 속으로 두려워했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는 내가 어색했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글을 쓰면서도 나의 그 선배에 대한 스토커 같은 짓은 멈추지 않았다. 선배의 브런치를 들어가서 조용히 글을 읽었고, 선배의 글이 좋아도 나를 알아차릴까 봐 구독하지 못했다. 제희라는 필명을 쓰고 있었음에도. 그리고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선배의 구독자수에 좌절하고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러던 어느 날, 메일 정리를 하다가 예전에 받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축하 메일을 발견했다. 그리고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던 날, 마치 내 꿈을 이룬 듯이 기뻐했던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후, 내가 올린 글이 카카오 채널에 뜨던 날, 한 번도 5000번 이상 읽힌 적이 없었던 내 글이 조회수 5000번이 넘었다는 메시지를 받던 날, 내 글에 공감이 되었다는 댓글이 달린 날 등.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나는 참 많은 날을 위로받았다.


그동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느라 매일 스트레스를 받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하나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깜깜한 내 삶에 희미하지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것이 바로 브런치였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쉬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고, 글을 올리고 나면 반응이 좋던 나쁘던 뿌듯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나는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를 위로했다.


아직 완전히 괜찮아지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나를 계속해서 위로하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커버: 10cm 정규 3집 '3.0' 재킷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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