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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Jul 24. 2015

첫 문장에 반해서

그래도 여전히 첫 문장이 좋다 나는  

임경선의 <기억해줘> 이 책을 읽겠다고 다짐한 계기는 첫 문장이 좋아서였다.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은 

나를 바라보던 황홀한 너의 눈빛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 문장 만으로 나는 이 책의 작가가 궁금해졌고 그녀가 쓴 소설이 궁금해졌다. 첫 문장에 반해서 읽어 내려간 책은 다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뜨거운 눈빛을 기억한다는 것 헤어짐 이후에 뜨거웠던 그 눈빛이 점점 흐려진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한 상실감이 첫 문장에서 가슴깊이 전해졌고 진한 감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나도 언젠가 그런 눈빛을 받은 기억이 있었고 그 눈빛이 흐려지는 것을 깨닫고 난 뒤 섭섭한 마음에 헤어짐을 준비한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큰 기대 때문일까? 소설의 한 챕터가 끝나고 그 다음부터는 점점 첫 문장의 강렬함은 없어지고 이야기가 다소 힘이 없게 느껴졌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줄 알았던 해인과 유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해인의 미국 생활시절 만났던 안나와 그들의 평범하지 않은 부모님의 생활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처음에는 기대했던 이야기가 아니어서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읽었고 때론 멈춰서 눈물을 그렁이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난 후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 이 소설의 첫 문장은 여전히 아니, 더 크게 내 가슴 속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모든 감정이 무뎌지는 날이 와도 사랑하는 이의 강렬했던 눈빛을 기억한다면 삶을 이어가는데에 조금의 위안이 되는 것 처럼 이 소설 역시 그렇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이 소설이 좋고 그 첫 문장이 좋다.  사랑하는 이의 강렬한 눈빛이, 그 기억이 당신들의 가슴에도 하나 쯤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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