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나 Oct 26. 2020

괜찮지 않았던 나의 20대에게

안녕, 나의 20대.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려본다. 마지막 글이 2018년 4월이니, 2년도 훌쩍 넘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니던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며, 일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며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고, 일에 대한 성취감을 느꼈다가 이내 무력감을 느끼며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들을 보냈다. 

 개인적으로도 상황이 바뀌었다. 사는 곳도 같이 사는 사람도 모두 바뀌었다. 두 가지만 바뀌었을 뿐인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처음 브런치를 개설했을 때가 생각난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내가 당장에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 앞에 무너져 꿈을 꾹꾹 눌러 담고 살아가던 중 우연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이 플랫폼 안에서는 글을 쓰는 모두에게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는다는 것에 반해 눌러 담았던 꿈을 이 곳에 펼치며 쉬는 날이면 언제나 노트북을 들고 카페로 가서 몇 시간이고 글을 써 내려갔다. 마치 진짜 작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취해 얼마나 즐겁게 글을 썼는지 모른다. 

 물론, 내 글의 의도를 오해하고 시작된 악플들도 감수해야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브런치가 나의 지친 삶의 돌파구였고 비밀스러운 나만의 아지트였다. 


 그렇게 나의 소중했던 아지트를 참 오랜 시간 잊고 있었다. 그때보다 인생이 조금 살만해져서 일까, 나이가 들어 어린 시절 꿈 따윈 이제 아예 서랍 속으로 집어넣어서 일까, 잘 모르겠다. 그저 잊고 지냈다. 

그렇게 잊고 지내던 중 우연히 들어와 본 브런치에서 내 글이 아직도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많은 조회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여러 명이 지금까지도 내 글을 읽고 있다는 것, 좋아요를 누른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전에 써 놓았던 글들을 하나씩 다시 읽어 보았다. 소름이 돋고 얼굴이 발 게질 정도로 오글거리는 글도 있었고, 이땐 그랬지 하며 미소를 띠게 하는 글도 있었다. 다시 봐도 잘 썼네 하며 소문내고 싶은 글도 있었고, 당장 지우고 싶은 충동이 드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그 당시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당하게 나를 드러내지 못했고, 내 이야기를 마치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꾸며 냈고, 솔직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불안했고 두려웠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 앞에 무기력했다. 힘들다고 말해도 들어주는 이, 도와주는 이 없을까 봐 남들 시선이 무서워 말할 용기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자꾸 포장하고 꾸며내며 글에 힘을 준 것 같다. 


  이 <괜찮지 않은 나와 그대에게>라는 매거진을 쓰던 당시 나는 20대였다. 30대가 된 지금, 20대의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있고, 아직 진행 중인 고민들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나를 좀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 이상 내 탓을 하며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거나, 자신감 없이 뒤에 숨지 않는다.

또 더 이상 멀리 있는 미래가 얼른 오기를 바라지 않고, 지금 현재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들을 충분히 보고 느끼고 감사하게 되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나의 현재에 대해 써보려 한다. 아직 구상 중이라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되고 언제쯤 브런치에 글을 업로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20대가 30대 보다 더 치열하고, 30대는 20대보다 할 게 많아졌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게을러졌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현재의 이야기로 이 브런치를 꾸며 보길 기대한다. 


 더불어, 이제 더 이상 <괜찮지 않은 나와 그대에게> 매거진에는 글을 올리지 않을 것이다. 아예 매거진을 닫을 까 생각도 해봤지만, 나의 치열했던 20대에게, 괜찮지 않았던 20대에게 미안하고 그 글을 여전히 좋아해 주시는 몇몇 분들이 계시기에 닫지 않기로 했다. 지금 보면 부끄러운 글도 그 당시 처절했던 나의 이야기이기에 지금의 내가 감수해야지.


마지막으로, 

안녕, 나의 20대. 고생했고, 고마웠어. 


매거진의 이전글 언젠가 내게도 반드시 오겠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