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닿지 않았던 흔적,
사람이 매일 생활하지 않았던 흔적은
물건 물건 마다 쌓인 먼지를 통해 알 수 있다.
너무 오래 도록 쌓여 있어서 떼어내려 해도 떼낼 수 없는 먼지가 마치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나를 닮은 것 같아서 그저 한참을 바라보다 눈길을 돌린다.
이렇게 오랫동안 만지지 않으면 지울 수 없는 이런 얼룩을 만들어 내는 구나. 이 얼룩이 너무 오래 외면해 버렸던 내 현실같아서 결국에는아직도 그대로인 나 같아서 애써 지우려다 그냥 제자리에 둔다.
언젠가 저 얼룩 채로 그냥 내다 버려야지.
돌아가고 싶지 않은 현실일랑 버려버리고 뒤돌아 보지 않고 달려갈 날이 언젠가 내게도 반드시 오겠지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