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전화하기도 늦은 밤.
이렇게 하루가 저무는 게 아쉬워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게
그저 하릴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는 게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아
괜히 내가 싫고 미워지는 밤이다.
아무에게라도 전화해 말하고 싶다가도
딱히 하고 싶은 말도 없어 관두고
우울한 마음 달래 보려 슬픈 영화를 볼까 하다가도
지금 보면 언제 자나 싶어 그만두고
뭐라도 해야 되나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만사 귀찮아서 생각을 접는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보내는 하루의 끝이 왜 나는 이렇게 씁쓸한 걸까.
쉴 때도 알차게 쉬어야 한다는 강박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
언제쯤 자기반성을 멈출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하루 종일 뒹굴뒹굴 거리며 보낸 내 하루를 사랑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