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나 Jul 01. 2023

내 머릿속에 철학자가 산다.

우리의 뇌에는 “네 인생의 목표가 뭐야?”, “네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뭐야?”라고 끊임없이 물어보는 뇌 회로가 있다고 한다. 이 회로는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혹은 목표나 꿈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심지어 죽는 순간에도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너의 목표는 무엇이고,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말이다.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나에게는 이 이야기가 정말이지 큰 위로가 되었다. 그동안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던 질문들이 다 뇌가 시키는 것이었다니! 

처음 내가 그런 질문이 떠올랐던 때가 언제였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정말 문득 그냥 소리가 들렸다. 


“너, 어떻게 살 거야?” 

“정말 이게 네가 원하는 삶이야?”


그 소리가 들렸을 땐, 소리의 정체보다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처음 그 소리가 들린 이후부터 소리는 더 자주 나를 찾아왔고, 나는 더 자주 답답해했다. 

원래 하고 싶었던 꿈을 뒤로 미루고 우선 돈부터 벌자는 마음으로 취직한 회사에서 나름의 인정을 받으며, 내게 맞는 또 다른 길을 찾았다 생각했고 그럭저럭 잘 지내왔다. 일을 하며 배워가는 것들이 있어 좋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아서 몇 년간은 즐겁게 지냈던 것 같다. 그렇게 8년 즈음되었을 때,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하나 둘 떠나가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일에는 미래 발전이 없었고, 점차 내 입지가 줄어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뤄두었던 꿈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멀어졌고, 이제는 다시 그 꿈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우선은 환경을 바꿔보자는 생각에 이직을 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이 일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어 불안한 마음만 가중되었다. 

가만히 있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질문 때문에 길 잃은 아이처럼 불안하고 두려웠다. 왜 나는 이 나이에 방황하고 있는 가. 자책하다가 끝내 답을 찾지 못한 나는 매일 밤 출근을 핑계 삼아 그저 잠이나 청하곤 했다. 

그런데, 이 과정들이 모두 뇌에서 시키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었다니! 뇌에게 놀아난 것 같은 마음이 들다가도 내가 못나서 생겼던 현상이 아니라는 안도감에 내 뇌가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그 뒤로 심오한 질문이 나를 괴롭힐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꾸하곤 했다. 


‘이런, 호기심 많은 소크라테스 같으니라고! 너 또 열심히 일 하는구나.’

‘이 놈의 괴짜 철학자야, 질문은 잠시 넣어둬. 오늘은 좀 쉬자.’라고. 


그럼에도 잊지 않고 분명히 찾아 올 머릿속 철학자지만, 나도 언젠가 답할 날이 오겠지. 어디로 가는지 목적지가 아직은 흐릿해도, 한 걸음씩 내 발걸음에 집중하며 걸어가면 되겠지. 그리고 언젠가 뒤 돌아보고 이 길이 내 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고 오늘도 스스로 다짐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