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두고두고 기억할, 우리의 만남

by 이슈라

여름에 초이를 보내고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고 몇 줄 썼다.


손에서 떠난 풍선처럼 허공을 이리저리 떠돌다, 바람이 빠진건지, 나뭇가지에 걸쳐진건지, 이제서야 내가 사는 땅이 보인다. 내가 헤매지 않아야 나의 작은 강아지도 헤매지 않고 잘 갈 수 있을 거라는 미신에 의지한 채 억지로 나뭇가지 하나 붙든 거 같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너덜너덜해진 적이 있었던가? 어쩌면 평탄한 인생이었는지도. 그저 우리에겐 해피엔딩만 있을 거라는 동화적인 현실감각을 가진 내가 더 싫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앞으로 내게 남은 건 슬픔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 생이 버거워지기도 했다.


우주의 크기를 가늠해보는 영상을 반복해서 보았다. 손바닥만한 화면에서 지구는 빠른 속도로 작은 점이 되어 멀어졌다. 화면의 반 이상을 태양이 채우며 얼룩덜룩한 붉은 점들이 꿈틀댔다. 태양도 곧 작은 점으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빼곡한 행성과 성운들. 어느덧 지구는 보이지 않았다.

소설가가 쓴 '명왕성에서의 이별'이라는 산문을 떠올려본다. 초이가 너무 사소해서 눈물이 났다. 지구도 저렇게 작은데, 우리의 생이 너무너무 사사로워 마음이 아팠다. 조금이라도 더 사는 내가 기록해주어야할 것 같은 이상한 의무가 떠올랐다. 이런 것 또한 먼지가 되어 사라지겠지만, 초이가 산책하며 남겼던 작은 발자국 정도의 시간만이라도 나는 더 기억하고 싶다.


첫만남에서 초이의 눈동자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초이는 켄넬 밖으로 나오고 싶어했다. 자크를 내렸더니 바로 고개를 내밀고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짧은 순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 순간은 슬로우장면으로 남아있다. 흑요석처럼 검게 반짝이던 눈. 동물과 이렇게 오래 마주보았던 적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구체적인 언어로 들려오는 것이 아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어떤 마음이 있었다. 단순한 인간의 말로 표현하자면 글쎄, 그건 '설렘' 이었을까?

일기를 쓰며 과거에 잠시 머물러본다. 꽤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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