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참가자와 출간 작가의 평행 이론
책을 출간하고 나서 생긴 습관들
지금은 끝났지만 <미스터트롯>이 방송될 때, 엄마와 함께 꼬박꼬박 챙겨봤다. 이미 1등은 어느 정도 정해진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결과를 발표할 때면 조마조마했다. 그 순간, 출연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절박함이 소용돌이친다. 순위 안에 든 사람은 환호를 하지만, 떨어진 사람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내가 응원한 사람은 류지광이다. 기대보다 일찍 떨어져서 실망했지만, 그가 무대에 설 때면 그가 이번에도 통과하고 다음 무대로 진출하기를 얼마나 응원했는지 모른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지지리도 일이 풀리지 않았던 그의 지날 날 스토리에 어쩐지 감정이입이 되어 버린 탓이다.
류지광 님 (사진 : 스타뉴스)
나의 두 번째 책 <내가 힘들었다는 너에게>가 나온 지 이제 3주가 되어 간다. 그동안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인터넷 서점의 판매지수를 확인하는 것.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늘 다짐하건만, 순위 페이지가 열리기 직전에는 순위 발표를 기다리는 오디션 지망생처럼 조마조마한 마음이 된다. ‘책은 이제 내 손을 떠났으니 하늘에 맡겨야지, 편집자로부터 좋은 소식이 오기 전까지는 보지 말자’고 다짐도 했다. 그러나 그 결심은 하루도 채 못 간다. 긴장되고 마음이 조여도 일단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니 어쩔 수가 없다.
들은 바에 의하면, 책을 내고 2주간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때 어느 정도 반응이 있으면 그 이후로 힘을 받아서 치고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안타깝게도 나왔는지조차 모른 채로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다고. 100프로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때를 분기점으로 해서 본선 진출과 탈락이 결정되는 셈이다. 오디션 참가자의 목표가 광속 탈락은 아니듯이, 책을 낸 작가의 목표도 결승 진출, 즉 순위 진입이고 오래오래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세워지는 것이다. ‘꿈도 야무지시네요’라고 욕해도 책을 낸 사람이라면 그게 솔직한 본심 아닐까.
이제 3주차가 지나가고 있는 요즘, 다행히 이제 판매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성실하고 믿음직스러운 우리편집자가 보내 준 SNS 반응을 보니 한참 낮아졌던 자존감이 기지개를 편다. 리뷰에 달린 댓글까지 읽어 보는데, 가장 반가운 댓글은 “저도 사서 읽어봐야겠어요”다. 어제보다 오른 수치를 확인하는 순간, 진솔하게 쓰여진 리뷰를 볼 때의 감정은 복합적이다. 마음에 무지개가 뜬 것처럼 기쁘고,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기도 하고, 좀 오바해서 희망이 느껴지기도 한다. 결승 진출까지 한 단계 통과한 오디션 지원자의 심정이랄까.
어릴 때부터 ‘순위’와는 무관한 애매한 존재였던 터라, 내 속에는 이런 욕망이 없는 줄 알았는데 웬걸.
임경선 작가가 “‘나는 언제쯤 되면 덕을 쌓아서 순위니 판매지수니 이런 거 일체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단 한명의 독자에게라도 다가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것은 작가로서 불필요한 욕심일까?”라고 쓴 칼럼을 보고 ‘어머나! 딱 내 맘이에요’ 하고 물개박수를 쳤다.
프롤로그에는 “이 책이 소박한 격려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굉장히 있어 보이는 척 하며 고상하게 썼지만(그때는 책이 나오기 전이므로 그 또한 진심이기는 했다), 막상 책이 나온 다음에는 그렇게 고상하고 우아할 수만은 없다.
파올로 코넬료의 <연금술사>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7년 넘게 올랐다고 하던데, 요즘 같은 땐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다.
그래도 이런 조마조마함을 즐길 수 있는 지금이 너무나 소중하다.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으니까. 무언가를 기대하고 희망할 수 있는 순간이니까. 아마 오디션 무대에 서서 경연하는 참가자들의 마음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천하의 파올로 코넬료가 아니니 내리막길을 걸어야 할 때도 본명 오겠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영차 영차 올라가기를, 조금 더 이 무대에서 버텨주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아, 생각해 보니 이건 새롭게 생긴 밤의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