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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소영 May 03. 2021

즉흥적인 새벽 쇼핑

무슨 바람인지...

  며칠 밀린 초저녁 잠을 자고 난 후, 드문드문 미뤄뒀던 일들을 처리했다. 어느새 새벽녘이 되었다. 자야 했는데 머릿속에  잡념들이 떠나지 않았다. 폐부 깊숙이 올라오는 요상한 기분! 무언가 살짝 들뜬 기분이라고 할까, 표현하기도 애매한 상태가 칠 계속되었다.


  식의 흐름대로 인터넷 쇼핑을 했다. 엄마네서  로즈마리 화분 하나를 들고 오려다  말고는 그때부터 자꾸 생각나던 화초들.

여유가 생기면 키워보겠다 그 일을 저질러 버렸다. 지금 전혀 여유롭지 않은 일상인데.

해피트리, 금전수, 만리향, 녹보수!

인터넷 화원에서 눈에 들어오는 초록 초록한 녀석들로 네 그루나 주문을 했다. 십수 년 만에 처음 또 내 돈 내산으로 식물을 들일 결심을 한 것이다.


  날이 훤히 밝았다. 둘째 녀석을 깨우고, 씻는 동안 아침을 차리고, 과일까지 먹여 내보내고 나니 6시 20분쯤 되었다.

화분 맞이 대청소를 시작했다.

문들을 다 열어젖혔다. 아직은 알싸한 바람에 어깨 부르르 한 번 떨었다.

옷장 안의 헌  옷, 작아진 옷, 입지 않는 옷들을 정리하고, 고장 난 물건들을 내놓았다. 삐걱대던 아이방 서랍장도 손을 보았다. 금새 멀쩡해졌다.

멈춰있던 기계의  건전지를 갈고, 흐트러져있는 물건들 위치를 잡아 정리했다. 쌓여있던 쓰레기, 집 안에 있던 조화를 모두 내다 버리고 새로 드릴 화분 자리를 눈으로 가늠해 보았다. 어오는 현관에 해피트리를 놓으면  좋을 각이다.

현관에 붙어 있던 오래된 조화도 치워버렸다. 신발장 안에 안 신는 신발도 내어놓고 먼지를 닦았다.

현관이 훤다.  

현관종을 하나 달까.

 풍경소리처럼 기분이 좋은 소리가 나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 기분이 들었다.

청소를 끝내고 나비가 달린 소코뚜레 모양의 현관종 하나 주문했다.

화분에, 현관종에 아침부터 즉흥적인 지출이 컸다.

그래도  좋다.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무슨 바람인지...


이제  졸린데 나가봐야 한다.

커피를 한잔 마셔야겠다.

무척 피곤하고,졸리고,기분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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