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단상>매일 이별하는 여자

<비긴 어게인 3을 보며>

by 장소영

절기란 어찌 이리 신기하단 말인가.

처서가 지나자 한낮의 더위가 무색하게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분다. 어느새 새벽녘엔 슬쩍 이불에 손이 간다.

참 무덥던 여름이었는데....


그렇게 덥던 여름도 맥없이 물러나고, 끝에 순한 바람이 다가와 을 냄새를 흘린다.

이 맘 때가 되면 여름 끝자락의 후련함과 아쉬움, 감질나는 가을 냄새에 갈피를 못 잡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틀어 놓은 텔레비전에서 때마침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흘러나온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나의 20대에, 나의 30대에 난 그렇게 오래 머물러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덧 40대를 훌쩍 넘어 버린 지금!

계절은 다시 또 돌아올 테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닐 테니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아쉽다.

혹시 그렇게 가버린 시간들이 조금씩, 정말 조금씩 사라지고 잊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조바심이 난다.


나는 매일 무엇을 잃고 무엇과 이별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분명 무언가는 잊고, 무언가는 잃어버리며 살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심플하게 잊을 건 잊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미련은 툴툴 털어버리고 살자.

무던히도 많은 것을 끌어 앉고 버거워하며 살다가, 우연히 들여다본 가슴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깨닫고 뒤늦게 통탄하지 말고, 조금씩 비워내며 살아보자.

매일매일 나를 버겁게 하는 구질구질한 미련의 조각들과 이별하며 살아보자.

헤어진 연인에 대한 생각, 마음 맞지 않은 사람들과의 관계, 이불킥할 만한 부끄러운 일들, 놓쳐버린 기회, 나를 욕하는 사람들의 뒷담화,지나친 걱정과 불안!


'고름이 살 되지 않는다.'

짜낼것은 짜내고 약을 발라야지 아프면서도 참고 덮어두기만 하면 결국 덧난다.

할 말은 하고,싸울 일은 싸우고,풀 일은 풀고,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버리자.

그래야 새살이 돋는다.


비워내도 어느새 또 채워지는 번뇌와 미련의 조각들과 매일 조금씩 이별 연습을 하다 보면, 비워낸 자리에 반짝반짝 빛나는 소중한 무언가가 자리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사람,누군가에게는 사랑,또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오늘도 부지런히 이별하는 중이다.








이전 15화<저녁의 단상> 우연은 찬스, 잡는 사람이 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