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경영 하던 변호사가 갑자기 환경법 하게 된 사연

(feat. 군청에서 보낸 3년)

by 법률사무소 환경


주말부부 생활을 하던 나는 2019년경 갑자기, 이게 다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족은 역시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대충 이런 모습


여의도에 있었던 개업 사무소를 정리하고 지방으로 이사했다. 집은 아파트였지만, 집 앞 개울에는 수달 한 쌍이 살고 있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취업공고를 찾아보다가 집에서 가까운 직장을 발견했다. 슬램덩크의 서태웅이 농구 명문 고교들의 숱한 입학 권유를 마다하고 북산고에 진학한 동기는 "가까우니까". 서태웅처럼 의사결정을 해볼 기회였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으로 이사 온 내게는 딱히 숱한 스카우트 권유가 쏟아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나는 지원했고, 합격했다. 군청 라이프의 시작이었다.




나는 말하자면 서울 촌놈이고, 살면서 '군청' 건물에 들어가 본 것이 그 때가 처음이었다. 군청 건물은 의외로 반짝반짝 빛나는 신축으로, 허허벌판 한가운데에 지어져 있었다(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가려면 5km 정도 차를 타고 나가야 했다). 군청 주변에는 행정복합타운이 들어설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고, 내가 군청에 다니는 동안 그 허허벌판에는 어느새 아파트와 상가와 하천이 있는 작은 도시가 생겨났다. 차 시동을 걸려고 보면 바퀴 앞에 황소개구리가 버티고 있고, 점심 시간에 산책을 나오면 뱀이나 고라니도 가끔 볼 수 있었다. 뱀이 풀숲을 기어갈 때면 물결치듯 이동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근무하며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는 "서울 사람이 여기는 왜..."였다. (나중에는 “엑? 변호사님이 서울 사람이었어요?“였다. 현지화 패치가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면접관님은 면접이 끝나갈 때쯤 이렇게 말씀하셨다.


"변호사님. 변호사님들은 보통 감사나 법무 관련 부서에서 일하시지만 혹시... 현안이 있는 특정 부서로 발령되어 지정근무를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하실 수 있겠어요? 예를 들면 환경과라든가..."

"예, 저를 필요로 하는 부서에서 일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환경과에 근무하게 되었다. 면접관님, 뭐가 '예를 들면'입니까? 뜻밖의 환경 변호사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기초 지자체 특정 부서, 특히 환경과가 변호사를 따로 뽑을 일은 보통 없다. 아마 나 외에는 아무도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혹시 계시면 손 들어 주세요).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지적재산권을 전공했고, 서울대학교 미술경영협동과정에서 저작권을 주요 연구 분야로 하여 박사과정을 수료한 나였다. 군의원 한 분이 내게 물으셨다. "우리는 환경법 전문 변호사가 필요한데, 변호사님은 뭐가 전문이에요?" "저작권인데요..."


그러나 그로부터 4년 동안, 나는 오직 환경 한 분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일하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살려는 결심, 집에서 가까운 직장, 면접관의 수상한 질문... 매순간의 작은 결정들이 나를 낯선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었다. 생은 그런 것인가보다, 하고 이제는 생각한다. 나는 환경변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