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하기 어린 나이 아니세요?
연명치료 거부
복지센터 1층에 부스를 차리고 상담사 두 분이 앉아 계실 거라고 하더니 말 그대로 거기 계셔서 찾기 어렵지 않았다.
할머니 한분, 할아버지 한분이 노인상담사라는 명찰을 차고 나를 맞이해 주셨다.
신분증부터 제출하고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
내가 작성한 이 연명의료거부의향서가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문자가 도착하면 등록이 완료되고 바로 오늘부터 시효가 시작한다고 하셨다.
시스템에 등록되었다는 문자가 핸드폰을 울렸다.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원해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 지역 기관을 검색하고 전화 문의까지 해서 집과 가까운 복지센터까지 찾아온 것인데
결정을 가볍게 했나? 의구심이 들면서
언제든지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지만
겁이 나는 거다.
아 나 아직 살고 싶구나.
삶에 대한 애착이 있구나.
지금 죽기는 싫구나 그래도 너.
갑자기 건강 관리를 더욱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깨어 있는 학생이네" 상담사분이 칭찬하듯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 순간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도 같았다.
남 말은 중요하지 않구나.
남들의 판단은 중요하지 않구나.
지금 내 마음속에 들리는 요동과 소리들에 더 집중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올해 들어 나이를 실감하고 있었는데
상담사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 마주 앉아 두 눈을 마주치는 나는 아직 아이와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