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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May 02. 2019

자동차 소음에 대하여

내 하루의 편린들 1


by 선연


    나는 비교적 운전을 일찍 하였다. 만 20세부터 차를 몰고 다녔는데 운전이라는 건 아주 신세계다. ‘이렇게 편리한 것이라니.’ 새삼 느끼게 된 달까. 또한 차를 몬다는 이유로 길거리의 행인들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향한 왠지 모를 혼자만의 우쭐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르고 요즘은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자가용을 몰고 다니기 적합하지 않은 현실적 상황과 따뜻한 봄이 왔고, 자전거도 있고, 대중교통 또한 자가용만큼 충분히 빠르게 이동되는 걸 경험하면서이다. 마지막 이유로 자동차는 나에게 계속해서 카레이서(racing driver) 본능을 유발하는데 이 과속 본능을 제 스스로 제어하지 못해 고민을 하기도 했었다.   

  


    비가 그친 4월의 평일 오후, 어머니는 약속 장소로 본인을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셨고 이후 자가용을 내게 빌려 주셨다. 뭐할까 생각하다 근처 공원을 걷자 하곤 주차를 하고 공원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원래 가려던 공원의 맞은편 나지막한 산에 새로운 공원이 조성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지막한 산 공원을 올라가 보았더니 90% 정도 완성되어 있었고 예쁜 꽃밭만 인부들께서 마지막으로 작업 중이셨다. 나는 계속해서 오르막을 올랐다. 제일 꼭대기, 딱 봐도 새 것인 정자가 보였다. 나름 산의 높이가 있었던 건지 생각보다 높은 전망이었다.     



    공원은 아주 깔끔하고 예뻤다. 또 오고 싶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동차 소음이었다. 공원의 뒤편으로는 왕복 8차선, 앞과 옆으로는 왕복 4차선 도로가 있는데 거기서 만들어진 소음이 공원에서 제일 높은 정자까지 쫓아왔다. 사람 없는 평일 오후 조용한 공원에 자동차 소리가 쐐쐐 맴돌았다. 소음이 조금 조용해졌다 싶으면 왕복 8차선 도로가 빨간불이라는 것조차 느낄 수 있었다.

         




‘아, 도시, 도시..’





    공원을 내려왔다. 공원의 반대편으로 내려왔기에 주차장으로 가려면 왕복 4차선 도로 옆 인도를 걸어가야 했다. 내 옆의 자동차들은 어마 무시하게 내달렸다. 저 차들은 시속 몇 키로일까. 아마 60킬로는 될 것 같아. 이 도로를 통해 조금 전 엄마를 데려다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60킬로 맞을까? 난 아까 더 세게 달리지 않았나? 엄마가 늦었다고 했는데. 인도를 걷고 있는 현재의 나와, 인도 옆 그 도로를 내달리며 운전하던 나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오버랩된다. 자동차들은 왕왕 거리며 내 옆을 지나친다. 차가 내달릴 때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아주 시끄럽구나. 또 새삼 깨닫는다.          






    걸어 다녀보면 안다. 차의 소음을. 차들은 무지막지하게 달리고. 무지막지하게 달리는 차들은 또 엄청나게 많다. 근데 차는 본디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나. 그러한 속성을 가진 차라는 요물은 그러한 차를 운전하는 사람 또한 동일한 속성을 가지게 만든다. 속도에 속도. 자동차의 속도에 취하면 끝이 없다. 누가 더 빨리? 얼마나 더 빠르게? 계속해서 내달리게 만든다. 그래서 과속카메라가 계속해서 설치되는지도.     



    사색과 휴식을 위해 조용히 혼자 걷다 보니 느껴진 도시의 자동차 소음. 그래서 걷을 때 사람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나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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