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헐벗음

속마음 속 마음

깊은 바다에 버려요

by 르미오네

1. 아무도 안 보는 일기를, 이 먼 곳 프랑스에서도, 다른 이 하나 없는 완전한 내 방에서도 쓰기가 힘들다는 사실에 더 괴로웠다. 자취방이던, 부모님 집에서든, 이곳이던, 결국 마음의 싸움이구나 혹은 정신의 문제구나라는 걸 집을 떠난 지 한 달 그 이후부터 느꼈던 듯하다. 이것조차 정확한 어미로 단정 짓지 못한다는 사실이, 음, 이것도 그다지 기분 좋지 못하다. '-던 듯하다'라고 쓴 이유는 기억이 불명확하니까 정확하게 단정 지어서 말 못 하겠다는 건데 이래서 기록이 중요하다. 그놈의 기록, 정리, 메모... 아, 메모는 사실 많이 하는데 그게 다 중구난방이라 그런 거지. 나도 정리하는.. 분류, 구분... 좀 더......



2. 잘 지내고 있었는데, 무언가 지난주부터, 정확히 말하자면 지난 월요일부터 조금씩 안 좋아졌다. 느끼고 있었는데 붙잡지, 매들지 못해서 쓰라린다. 지난 월요일, 학교에 한국인이 온다고 해서 [선생님이 언급하실 때, 꼬에엔느(coréenne)라고 발음하심] 여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웬 남자애, 거기다 커플로 왔다. 무언가가 날 자극했다. 그래, 젊은 커플이었다는 거다. 20대 초반 커플은 보기 좋다. 난 그 '젊음'과 '커플'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게지. 근데 그 남자애도 참, 불어 읽기도 힘들면서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문장을 어렵게 만들어 내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짝이 되어 조별 활동 중이었는데 난 최대한 간단하게 문장을 만들려고 했다. 그 애는 내 말을 듣기보다 폰과 함께 자기주장을 첫날부터 펼쳤다. 음, 그런데 그 애가 한국인이 아니었다면? 나의 기분이 덜 상했을 수도 혹은 전혀 상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한다. 만약 서양인이었다면, 아 얘는 이런가 보다 제치고 더 말을 안 섞었겠지. 그래, 내가 좀, 한국인만 보면, 경쟁심이 끓나 봐. 미쳐 진짜. 나도 싫다고 ---



3. 지난 월요일부터 어제인 일요일까지, 유럽 온 이후 심적으로 가장 힘든 한 주였다. 생리가 겹쳐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는데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생리를 2,3일만 했다. 그래도 오기 직전 건강 검진 이상 없음을 받았다. 근데 올해부터 생리가 이상해진 건 확실하다. 아무튼 유럽 와서 첫 생리였다. 프랑스 생리대는 별로다. 두께가 얇지 않다. 생리대 비싼 거 사면되는 걸까? 이곳에서 한 달이 넘어가고 있는데 프랑스 물가에 짜증이 난다. 뭘 좀 좋은 걸 사려면 보통의 것보다 눈에 띄게 가격 차이가 난다. 한국이랑 다를 게 없다. 두 나라 내적으로 묘하게 닮았다. 생각보다 프랑스인들 사고가 자유롭거나 인식, 수준이 높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그래, 그저 '느낄'뿐이다. 어쩌면 내 '생각'부터 잘못되었던 걸지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