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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템포 Nov 16. 2020

Intro: 재미나게 살기 프로젝트

평범한 회사원의 다채롭게 살기

노비의 삶


Dobby is not free



나는 사노비, 너는 공노비

 친구들을 만나면, 우스갯소리로 이런 농담을 한다. 현대사회에서 회사원의 계급을 자조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마냥 웃어넘기지 못하고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현실에서의 내 모습이 그리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치열한 시험과 몇 차례의 면접을 거쳐, 지난한 과정을 겪어내고 어렵사리 들어온 회사에서 우리는 왜 스스로를 노비라 느끼는가.


  다양한 문제들이 있겠지만, 조직의 일원인 동시에 완전한 자유를 가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집단적 가치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개인의 고유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회사를 다니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따박 따박 들어오는 근로소득을 위해 우리는 단순하게는 출근, 근무시간, 누구도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눈치껏 행동해야 하는 조직문화까지, 어쩔 수 없이 여러 제약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힘든 일은 그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것. 점점 떨어지는 체력과 의욕,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추가적으로 생기는 책임과 제약 속에서 자유의지를 마음껏 발휘하며 사는 직장인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직장과의 권태기로 동기부여 영상을 찾아보지만, 포켓몬도 아닌 내가 꼭 성장을 하고 살 필요가 있나-싶은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더 이상 우울할 힘도 없어서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번아웃 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나 역시 몇 가지 증상을 겪어보기도 했고, 주변에서 비슷한 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개인의 특성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직장이나 조직이 문제라면 쿨하게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지 않는가? 싶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건물 몇 채가 있어 정기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거나, 책임질 그 어떤 것도 없지 않은 이상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2년 차 직장인


햇병아리도 가끔 눈물을 흘린다.

그토록 오고 싶어했던 곳


 나는 햇수로 2년 차 직장인(노비)이 되었다.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많고, 가끔 실수도 하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취업을 준비할 때는 그렇게 멋져 보이던 건물을 매일 보면서도, 이제는 감흥이 없다. 동기들과 입사에 대한 행복으로 샴페인 파티를 했던 것이 눈에 선한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훌쩍 지났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눈물을 훔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오랜 직장경력을 가지신 분들의 눈에는 아직 햇병아리겠지만, 그 병아리들의 삶도 녹록하지는 않다.


 가장 먼저 문 열고 들어와 가장 늦게 퇴근도 해보고, 직무교육도 부지런히 듣고, 회사에서 필요한 것들도 부지런히 챙겨 늠름한 사회인이 된 것 같은데, 정작 중요한 '나'는 희미해진 것 같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했던 사람이었더라, 무얼 할 때 행복했던 사람이었더라-. 업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 중심이 되다 보니, 그 속에 나의 의지나 주체성은 조금씩 밀려나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사는 게 재미가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인정의 기쁨은 잠시고, 평생 이렇게 어떻게 살까 싶은 마음이 밀려들었다. 아무런 책임이 없던 때처럼 다 버리고 멀리멀리 떠나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주는 일만 하면서 대충 살 성격이 못되어서 하루하루를 버텨가며 지냈다. 물론 그 시간 동안에도 중간중간 재밌는 일도 하고 배운 것들도 있었지만, 긴 터널을 걷는 것처럼 무료하고 막막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냥 해버리는 사람


생각하고, 쓰고, 배우고

내가 좋아하는 글
우선 나무꾼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중, 내 생활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하는 일이 바뀌면서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우연한 계기로 다시 배움을 시작하면서 찾아온 큰 변화는, 회사의 안이든 밖이든 새로운 자극을 찾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긴 것. 단조로운 일상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를 주고, 침대에 눌어붙어 있던 주말에는 원데이 클래스를 듣거나 새로운 곳에 가보며 다채롭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해 땀을 내고, 좋은 글과 책, 강연을 듣는 것. 한 달에 한 번 친구들과 책을 읽고 나누는 이야기들. 요즘 새로이 시작한 일들이 내 일상에 활기를 준다. 더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을 가지게 만든다. 다채롭게 살기 위한 노력 이후 느끼게 된 새로운 감정들이 좋다.


 오늘은 늘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나무 공방의 첫 수업을 들었다. 응원을 아끼지 않는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다시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기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고 있다. 이 브런치 북도 그중 한 가지. 거창한 것은 아니라도, 재미나게 사는 하루하루를 기록해볼 예정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때로는 대리만족을, 때로는 신선한 자극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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