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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템포 Jan 09. 2021

[취미생활] 목공을 시작하며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왜 목공인가?

역시나 그렇듯 큰 이유는 없습니다


 어떤 운명적인 일들은 '왜'에 대한 뚜렷한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미 여행도 그러했고, 치앙마이를 다녀온 일도 그러했다. 뚜렷한 목적보다는, 그저 '가고 싶다'거나 '하고 싶다'는 원초적 욕구에서 시작되는 일들이 많았다. 목공 또한 그러하다. 


 사주를 보면 종이 혹은 나무에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그래서일까. 이상하게 나무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충동적이고 급하게 목공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우선 내가 마음을 먹고 가장 먼저 시작했던 일은 공방을 정하는 일. 

공방마다 너무 다른 커리큘럼, 가격대,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생각보다 선택하는데 오래 걸리는 타입)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공방이 많았고,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서 검색에 시간을 조금 더 들였다. 대체로 초보자들이 편하게 스툴부터 만들고, 이후에는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방식의 수업들이 많았다. 또 여기서 나는 하고재비 의식이 발동해서 배울 거면 제대로 배우는 전문가반을 들어야 하나,, 하고 한 세 발 정도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회사를 때려치우고 해가 가득 드는 공방에서 가구를 만드는 행복한 상상을 하다가, 이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이건희가 되는 상상급의 무의미함 같아서 우선 마음에 드는 공방에 직접 컨택을 해보기 시작했다. 나의 기준은 아래와 같이 두 가지였는데, 사람마다 누군가는 가격, 누군가는 커리큘럼 등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준을 먼저 세우고 공방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공방을 찾는 방법 


1. 공방 분위기가 내 마음에 들 것.

: 이 부분은 지극히 주관적인 부분이었다. 어떤 공방은 정말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뭔가 내가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가구를 빠르게 생산해내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고, 어떤 공방은 커피 한 잔을 하며 그 공간에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해질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경험적 가치를 몹시 중시하는 나의 선택은 당연히 후자. 예쁜 가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방에서 보내는 시간 또한 나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블로그 리뷰 혹은 사진을 보고 꽤 오랜 시간을 들려 컨택 공방을 정했다. 


2. 되도록이면 지상에 있는 공방 

: 사실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아니었으나,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가점을 준 부분이었기도 하다. 햇살을 받으며, 나무 향을 맡고 결을 느끼는 상상을 하니 더없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지하보다는 지상에 있는 공방 위주로 물색해보았다. 물론 지하에 있는 공방들도 리스트에 넣긴 했다. 


 몇 군데 컨택 문자를 돌리고, 고마운 혜원이 덕분에 실제로 공방을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방문이자,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공방.


사실 실제로 방문하기까지 마음을 굳힌 것은 선생님의 문자 덕분이었다. 그저 인터넷에 있는 사진과 리뷰들로 어디를 등록할지 고민에 빠져있었다. 계속 정보를 더 접할수록 혼란에 빠지는 느낌이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 같았는데, 직접 방문하여 상담하는 것을 추천한다는 선생님의 문자에 확신이 섰다. 


음, 그래 일단 가보고 결정하자.



 아무리 글과 사진을 보아도 내가 한 번 본 것과는 다를 수 있기 때문. 온라인에 있는 많은 설명글과 커리큘럼이 실제로 다르거나 본인의 스타일에 맞지 않을 수 있기도 하고. 아무튼 그러하여 충동적으로 공방 탐험을 나섰다.


 내가 등록한 공방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내가 원하는 통창에 해가 잘 들어오는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과 기본 커리큘럼인 첫 작품을 만든 이후에는 본인이 원하는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일정이 있어 시간을 오래 내어주지는 못한다는 선생님의 선전포고와는 달리 꽤 오랜 시간 상담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던 것 같다. 디자이너-라고 하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디자이너가 아닌가. 오히려 다른 사람의 작품을 정교하게 따라 하는 것보다, 본인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을 구현하는 것이 더 멋진 일이라는 선생님의 말에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실제로 따라 하는 것은 굳이 사람이 할 필요가 없으니까, 


 여태까지 살아오며 정답에 가까워지는 것만을 추구해왔는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얼마나 멋있는 일인가- 싶어 오랜 고민 없이 공방에 등록했다. 역시 하고 싶은 일은 그냥 바로 해야 한다. 


 나무를 고르고, 깎고, 내 머릿속에만 있었던 이미지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

다른 사람의 어떤 것을 똑같이 모사하는 것이 아닌, 온전한 나의 것을 만들어내는 그 과정이,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 더 활기를 불어넣어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목공의 길. 

꾸준히 잘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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