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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템포 Jan 10. 2021

[취미생활]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1)

두 번의 삶을 사는 나무:  종류/가공법/특성 

무시무시한 기계와 굉음 속에서도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방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에너지 넘치는 두 댕댕이


일요일 오전, 당시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던 나에게 금쪽같은 아침잠을 줄여 어딘가로 향한다는 것은 굉장한 결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처음'의 설렘 덕분이었을까, 어렵지 않게 잠을 털고 일어나 심지어 라떼까지 손에 쥐고서 공방에 도착했다. 문을 열기도 전에 에너지 넘치는 공방의 마스코트, 두 댕댕이가 힘차게 반겨주었다.


 나무가 가득한 그곳에 들어설 때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해진다. 그냥 나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목공에 사용하는 기계들이 이렇게 다양하고 무시무시하게 생겼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마치 시가를 물고 깊은 주름이 진, 육체노동으로 단단하게 단련된 팔뚝을 가져야만 손을 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천상 문과 출신이라 이런 실습을 할 기회도 없었거니와, 나무꾼의 심플한 도끼만 상상하고 있던 나에게 와일드한 외형을 가진 기구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첫 수업은 나무의 특성, 가공방법 등 이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두 번의 삶을 사는 나무



자연이 만든 무늬


 학습의 가장 큰 동인은 흥미라는 말에 확신을 얻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론 수업도 세상 눈을 반짝이며 열심히 들었다. 기술가정 시간에나 들어본 잎이 뾰족한 침엽수, 부채처럼 너르게 생긴 활엽수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는 깨알 상식과 인간에게도 종이 있듯이 나무에게도 백색/유색 종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중간중간 설명해주시는 방식이 독특했는데, 나무를 현대인과 원시인에 빗댄 설명이 재미있었다.




나무의 종류


 원시인처럼 단순한 백색종의 영어 이름은 Softwood, 한국어로는 연재라고 불린다. 잎이 뾰족뾰족한 침엽수로 전나무, 삼나무, 내가 좋아하는 편백나무도 이에 속하는데, 단순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복잡 다양한 현대인과 같은 유색종의 영어 이름은 백색종의 이름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이 Hardwood. 경재라고 불리는 이 친구들은 활엽수로, 가구에 자주 사용되는 나무 종류가 많다. 크게 네 종의 나무가 주로 사용되는데, 익숙한 이름이라 신기했다.


1. 호두나무 (Walnut)

2. 벚나무 (Cherry)

3. 단풍나무 (Maple)

4. 참나무 (Oak)


비싼 순서라고 하는데, 내가 호두나무를 좋아하는 것이 우연은 아니었나 보다. 귀신같이 비싼 목재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은 역시 돈이 많이 든다. (a.k.a 걸어 다니는 atm)


나무를 가공하는 방법 5가지


나무를 가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있는 그대로를 살린 원목형 가공과 합판/MDF/PB 등과 같이 다소 나무의 특성을 파괴한 가공방식이 있다.


1. 솔리드 우드(원목): 제재를 그대로 절단하는 방식

2. 집성판: 목제를 재단하여 붙이는 방식. 크기가 다양하다.

-> 이 두 방식은 나무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3. 합판(=적층판): 나무의 포를 얇게 떠서 반대 결로 번갈아가며 적층 하여 가공하는 방식.

4. MDF (=Medium Density Fiberboard): 나무 자투리를 분말을 내어 용해시킨 후 본드로 압착시키는 방식. PB와 다른 점은 분말의 입자 크기.

5. PB (=Particle Board): 나무의 자투리를 분쇄하여 본드로 압착하는 방식. 분'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나무의 입자가 보인다.

-> 가공을 많이 하는 방식이기에 규격화가 쉽다. 추가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따라 실내/실외 등급도 나뉘는데, E1, E2의 경우 실외에 사용되는 나무라 가구를 볼 때 잘 확인해야 할 것 같다.


나무의 특성


가장 인상이 깊었던 부분이었다. 나무의 특징은 나이테에서 온다.

살면서 나이테에서 생각해본 적은 중학생 때 들었던 과학시간이 마지막이어서 이름조차 생소하게 들렸다. 흔히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나이테는 나무의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데, 이 덕분에 여러 가지 재미있는 특성이 생겨난다.


 우선 나무의 단면을 잘라 보았을 때 인간의 피부에 해당하는 표피, 뼈에 해당하는 심재, 근육에 해당하는 변재, 그리고 혈관에 해당하는 도관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부위에 따라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축과 팽창, 그리고 휨이 발생한다. 여기서 '나무는 두 번 산다'는 말이 나온다. 든든하게 뿌리를 박고 있을 때, 그리고 벌목이 되고 제 쓰임을 다하고 있을 때도 제2의 목생을 사는 것이다.


 첫 번째 나무의 특성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아주 자연적인 현상이라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아마 온도와 습도가 일정한 곳에 가구를 둔다면, 수축과 팽창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 특성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특성은 뒤틀림인데, 이 것은 인간의 지혜를 발휘하여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로 나이테의 반대 방향으로 휘는데, 이 부분을 잘 생각하여 나무를 짜 맞추어야 한다. 심미적인 부분에도 중요하지만, 특히 가구의 생명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 뒤틀리는지 잘 생각하여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무의 특성을 배우며 무심코 지나쳤던 옛 성의 문짝, 출입문, 가구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는데, 이 작은 곳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지혜가 숨어 있는지 감탄스러웠다. 가만히 보면 하나하나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다만 모르고 지나칠 뿐.


섭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변화와 특성을 받아들이는 매력적인 일, 목공. 이론 수업을 통해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그리고 누군가를 알아갈 때 그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인정해주고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멋진 과정인지 또 배운다.


어쩜 이렇게 예쁘니,

우리 앞으로 자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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