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곳으로의 산책
다정한 사람들과의 아침식사
잠자리에 예민한 편이다.
특히나 요즘은 잘 자지 못해서 더더욱.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꿈까지 이어 꾸는 바람에 푹 자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새로운 곳에서 눈을 뜨는 오늘 아침 역시, 미닫이 문의 소리에 눈을 떴다.
일찍 눈을 뜬 것에 비해 간 밤은 포근했다. 기억나는 꿈도 없었고 크게 피곤하거나 더 자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안대 없이 잘 잔 밤은 꽤 오랜만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였을까, 게스트하우스 특유의 사람 사는 소리가 조금 아쉬웠다.
누군가가 조금은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그 소리에 역시 호텔에서 늘어지게 잠을 잘걸 그랬나 싶은 마음도 잠시 들었다.
아침을 챙겨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 조식을 먹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잠시 들린 부엌의 빵 굽는 냄새와 딱히 특별한 일정이 없어 식탁에 앉았다.
토스트를 구워주시리라는 기대와 달리 직접 구우신 빵과 계란 가벼운 과일이 예쁘게 놓여 있었다.
다소 마음이 말랑말랑해진 나는 보드라운 빵을 집어 들고 조금씩 뜯어먹었다.
낯선 타인과 여행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지만 관계 속에서 조금은 지쳐있는 터라 일부러 방 밖으로 나오지 않은 나였다.
사람이 주는 온기를 누리고 싶다가도 무언가를 희생하고 싶지 않은 어딘가 이기적인 마음.
요즘은 정말 지독히도 혼자 있고 싶다가도 혼자라는 사실에 외롭기도 한,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 머무르는 순간들이 많다.
하지만 마주 앉은 식탁에서까지 그럴 수는 없기에 작은 질문을 건네었고 혼자 온 여행객들이 대게 그러하듯 가벼운 이야기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특히 사장님의 따뜻하고 여유로운 미소가 기억에 남는다.
제주에 살면 이렇게 마음 한 켠에 공간이 생기는 것인가 싶을 정도의 온기가 느껴지는 미소였다.
살짝 쌀쌀하면서도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지 않을 정도의 온도와 식기들이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 오가는 다정한 대화와 웃음이 좋았다.
그래- 나는 이렇게나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이 맛에 여행을 다니곤 했었지.
당신의 여행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모두에게는 각자의 여행 스타일이 있다.
유명한 곳은 꼭 가보아야 하는 부지런한 사람, 맛있는 곳으로 소문난 곳은 꼭 가보는 사람, 어디든 사진만 잘 나오면 되는 사람 등.
어떤 스타일이든 옳고 그른 것은 없고, 그냥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줄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보다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맛있는 것을 발견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고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며 소소하게 사람 사는 것들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끔 유명한 곳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해 찾아보고 그곳에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물어 물어 가는 것을 좋아한다.
사장님은 제주에 계시며 다양한 여행객들을 마주했다고 하셨다.
동네 자체가 관광지와는 거리가 있는, 정말 도민들이 사는 마을이다 보니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의 결이 대부분은 비슷하다고.
인상 깊었던 것은 아침에 일어나 씻지 않은 채로 잠옷을 입고 동네를 산책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걷기보다는 이 곳에 사는 사람처럼 산책하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인 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섞이는 여행을 추천해주시면서도, 가뜩이나 조심스러운 요즘에 걱정을 심어주고 싶지 않으시다며 쓰시는 마음이 따수웠다.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보다 다녀온 곳을 또 다녀오신다는 스타일이 나와 꼭 맞아 좋았다.
그리고 추천해주신 곳은 조금 더 제주스러움에 가까운 한 마을이었다.
조수리라는 작은 동네.
걸어서 한 시간 정도의 이 동네에는 곳곳에 예쁜 커피집과 주민들도 자주 가는 보석 같은 식당들이 많았다.
아무 일정이 없는 나는, 역시 걸어서라도 이 곳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나와 같은 곳에서 묵은 두 분도 역시나 차가 없어서 걸어서라도 가겠다고 마음을 먹으신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던 중, 사장님께서 우리 모두 조수리를 간다면 차로 태워주시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호의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뚜벅이의 여행에 한 시간 정도를 선물해준 셈이었다.
마음이 바뀔세라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차에 올라탔다.
제주의 하늘은 맑았고, 청보리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평소라면 온갖 노래를 부르며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처음 본 분들께 폐를 끼칠 수 없어 내적 콧노래를 불렀다.
저는 제주도에서 떡볶이를 먹는 여행자입니다.
한 시간 가량을 번 세 여행자는 걸음걸음 호들갑을 떨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씨에 한 번, 푸릇푸릇한 작은 동네에 한 번.
혼자서는 할 수 없었을 예쁜 곳에서 사진도 남기고 작은 동네를 빙 둘러 걸었다.
조식을 든든히 먹었음에도 우리는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떡볶이 집에 오픈런으로 입장했다.
1분도 놓칠 수 없다는 한국인답게 오픈 정각부터 가게에 입성하여 떡볶이와 맥주를 시켰다.
얼마 전부터 떡볶이를 먹고 싶었던 터라 아주 흡족스러웠다.
제주에서 딱새우도 갈치회도 아닌 떡볶이에 맥주를 먹는 여행이 바로 나의 스타일이다.
대낮부터 맥주를 들이키고 각자의 사는 이야기를 했다.
요즘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조바심을 느끼고 있는 참이었다.
무엇이든 이루어내야 할 것 같은 그런.
하지만 여행을 오면 그러한 생각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배운다.
타인의 나이에 관심이 없는터라 몇 살이겠거니-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다.
굳이 나이 이야기가 나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동년배 혹은 나보다 어릴 것 같다 싶었는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각자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조금 더 유연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는 일과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모두가 인생에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같았고,
그 일이 타인의 입장에서는 쉽게 응원을 건넬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도 응원을 건네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왜 늘 자신에게는 그리도 엄격한지.
볼이 맥주로 발그레하게 익어갈 때쯤 또 사고를 쳤다.
역시 하루에 작은 사건을 일으키지 않으면 재미가 없는 것인지.
흰 셔츠가 불안하다 싶었는데 집은 짜장을 떨어뜨리면서 까만 자국을 남겼다.
이 일을 굳이 글로 쓰는 것은 되게 비장한 표정으로 얼룩제거 펜을 꺼내던 언니의 표정 때문이다.
본인도 이것이 왜 자신의 가방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꺼내 든 펜 덕분에 자리는 웃음바다가 되었고 나의 셔츠는 다시 뽀얀 자태를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짜장을 떨어뜨린 것은 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 위한 운명이 아닐까.
동네 어귀에서 걸음을 멈추어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남은 일정을 향해 짧고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이 동네에서도 역시나 무엇을 할지 몰랐던 나는 무작정 걸었고, 이따금 주민분들의 눈길을 받으며 동네를 배회했다.
풀꽃도 보고 하늘도 보고 노래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동네 어귀의 정자.
책을 읽으면 딱이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가방을 내려놓았다.
살짝 덮인 흙먼지에 칠칠치 못한 성격에도 고수하는 하얀 바지가 걸렸지만, 그 생각도 잠시 결국 털썩 앉아 책을 폈다.
독서모임을 위해 읽고 있는 박완서 작가의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마음이 어지러워 눈에 들어오지 않던 아름다운 문장들이 마음에 박혔다.
이제야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이어폰을 빼고 듣는 세상의 소리가 평화로움을 한 스푼 더 얹어 주었다.
문득 올려다본 나무의 잎사귀는 빛을 받아 반짝였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은 내가 없어도 끊임없이 변하고 살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이상한 위로를 주는 순간이었다.
그냥 나의 고민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그런.
한참 책을 읽다 일어선 길가에 핀 노란 꽃이 눈에 들어왔다.
책에서 읽은 말벌 에피소드가 재미있어서 그날따라 무서워하던 벌이 귀여워 보였다.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옮기는 나처럼 양발 가득 무언가를 실어 나르는 벌의 모습을 한참 쭈그려 앉아 보았다.
당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놀랍도록 아무 일이 아닐지 모른다.
필름 카메라를 사고 싶었다.
망한 사진을 잔뜩 찍어서 인화하는 동안의 기다림을 즐겨보고 싶었다.
친구가 필름 카메라를 추천해주었지만, 역시나 가서 사지 뭐 하는 안일함으로 제주에 왔다.
역시나 필름 카메라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고 함께 한 분들이 열심히 찾아준 곳은 뚜벅이에게는 너무나도 먼 곳이었다.
한 시간 걸리는 거리를 걸어볼까 싶다가도 무엇을 위해? 싶은 생각이 들어 그냥 눈에 띄면 사는 걸로 하자 마음을 먹고 동네를 돌았다.
그런데 역시나 이상하게 운이 따르는지 우연히 도착한 작은 소품샵에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내가 소품샵 사장님이라도 필름 카메라를 팔 것이라는 이상한 자만심을 가지고 가격도 묻지 않고 집어 들었다.
예상보다 꽤 비싼 가격이었지만, 조난자가 생필품 가격을 흥정하지 않듯 기쁜 마음으로 필름 카메라를 모셔왔다.
문제는 사용법을 전혀 모른다는 것.
대강의 설명이 카메라 하단에 적혀있었지만, 얼마만큼의 태엽을 감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감아도 감아도 계속 감겨서 이대로 남은 필름을 다 소진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겁이 덜컥 났다. 나름 귀하게 구한 것이라 이대로 컷 수를 날리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부랴부랴 유튜브를 찾아보았지만, 얼마만큼 태엽을 감으라는 친절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럴 때는 역시 집단지성이지, 하면서 인스타에 짤막한 도움을 구했다.
물론 도착한 답변을 채 읽기도 전에 다른 짓을 하고 한참 후에야 태엽을 양껏 돌릴 용기를 얻었다.
에라 모르겠다. 망하면 또 그 나름의 맛이 있지, 하면서 알록달록한 건물 앞에서 태엽을 마구 감아 셔터를 눌렀다.
사진이 찍힌 여부를 알기 위해서 플래시를 켜 두었는데, 딸깍하며 잠깐 빛이 번쩍였다.
그러면서 이게 도대체 무어라고 이렇게 겁을 냈지 싶었다.
그게 무엇이든 귀하다고 생각하면 겁이 나나보다.
결국 지나고 보면 참 별일이 아닌 것인데 말이지.
기껏 몇 컷을 날리는 게 다 인데도 어렵사리 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셔터를 누르는 게 어려웠던 나 자신이 우스웠다.
지나고 보면 놀랍도록 아무 일이 아닌 일.
어쩌면 내 고민의 대부분 일지 모르겠다.
겁쟁이는 필름 카메라에서 망하는 것에 대한 용기를 내는 것을 배웠다.
정리하고 쓰는 일
적당한 카페를 찾아 자리에 앉았다.
왠지 오래 있고 싶어 테이블보다는 바닥에 앉고 싶었는데 마침 딱인 자리가 있었다.
책을 읽을까, 영화를 볼까 하다가 오늘 아침의 일과 이 여행을 기록하고 싶어 태블릿을 꺼냈다.
배낭의 무게는 욕심의 크기와 같다며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언제 이렇게처럼 글을 쓰고 싶어 질지 모르니 가지고 다니는 것이 속편 하다.
그래도 덕분에 키보드와 태블릿을 꺼내 여행에 대한 브런치 글을 하나 썼다.
아까는 읽었으니 이제는 써봐야지.
브런치는 역시 힘을 빼는 것이 조금 어렵다.
글의 매력은 의식의 흐름에서 나오는 솔직함인데. 특히나 여행에 대한 감상은 더더욱.
생각해보면 어깨에 힘 잔뜩 주고 읽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전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 글보다
그냥 별생각 없이 주르륵 써 내려간, 어쩌면 멋없는 글들이 더 많이 사랑받았던 것 같다.
제주로 떠나면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을 정리하며 어이가 없어 웃기도 하고, 그때의 마음은 이러했지 하면서 불과 어제의 일을 오래전처럼 기억했다.
그래서 결국 한 편의 글을 쓰고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도착하여 짐을 옮겨야 했기 때문에 길을 나섰다.
이 걸음 끝에는 답이 있을까
작은 동네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 남짓 걸렸다.
크게 멀지 않지만 그렇다고 못 걸을 정도는 아니라 그냥 뚜벅뚜벅 걸었다.
튼튼한 다리와 운동화를 선택한 과거의 나 자신에게 칭찬을 건네며.
그 길은 정말 아무도 없었다.
사실 아무도 없었다기보단 나처럼 걷는 이들이 없었다.
중간중간 차들이 지나고, 가아끔, 아주 간헐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보였지만 대체로 혼자였다.
내일을 위한 서핑 샵을 고르며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내 빠른 결정을 내리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었다.
요즘 내 머릿속의 화두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 인가.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제목을 본 이후로 계속 생각이 나는 질문이다.
결국은 내 기준을 세우는 것인데 이 기준이라는 것이 갈대처럼 휙휙 변하곤 해서 스스로를 더욱 쓸데없이 옭아매곤 했다.
아주 자유롭지도 아주 틀에 맞추어 살지도 못하는 자신이 밉다가도 이런 게 바로 ‘보통’의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마치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 같았다.
사람 하나 없는 끝없이 이어진 길을 걸으며 답이 나올 때까지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막할 때 걷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앞만 보고 걷다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오기도 하고
기괴한 선인장에 무서워하다가
흙바닥을 걷는 까끌함이 좋아 들뜨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걸음이었다.
그리고 이번 제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가장 제주다웠던 순간.
숙소 근처에 다다르자 조금씩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앞에는 할머니 두 분이 걷고 계셨는데 무언가 장을 봐오셨는지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계셨다.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에서 오는 조금은 무심한, 하지만 내일 또 보자는 무언의 다정한 인사를 끝으로 길의 갈래에서 헤어져 각자의 길을 걸어가셨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안온하고 따스한 느낌이 다를 감쌌다.
구태여 더 잘하려 하지 않지만 너무 무심하지도 않은 그 온도가 좋았다.
오늘 읽은 책에서도 그런 구절이 나온다.
그 적당한 무관심이 숨구멍이 돼주었다. 그렇다고 아주 무관심한 건 아니었다. (중략)
그 모든 게 적절할 뿐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중-
그리고 숙소 앞으로 나와 또 정처 없이 걸었다.
이번 바다는 정말로 내가 생각한 제주의 바다와는 달랐다.
제주보다는 부산의 바다와 가까운 곳이었다.
때마침 걸려온 오빠의 전화에 한참 통화를 했다.
오빠랑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내 생각을 정말로 가감 없이 말할 수 있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오빠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전화를 끊고서는 또 글을 썼다.
걸으며 했던 생각들, 조금은 복잡하고 짙은 바다의 색처럼 우울한 이야기들을 한참 쓰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아주 달달한 스콘을 저녁으로 먹으며 한참 바다를 바다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제의 저녁처럼 붉은 석양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아득한 수평선에서 채 5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짙어져 버린 바다를 보는 것도 좋았다.
오늘은 책을 조금 더 읽고
좋은 영화가 있다면 한 편 보고 자야지.
제주의 두 번째 밤이 이렇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