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일요일의 공방
드디어 조립을 할 수 있는 날이 왔다.
사실 매주 착실하게 공방에 출석했다면 조금 더 일찍 이 순간을 맞이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간중간 나무를 잃어버리기도 했고, 도미노를 이상하게 뚫는다거나, 선생님이 바뀌는 일련의 사건과 내 인생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어 조금 늦어졌다.
어찌 되었건 일어났던 일들은 결국 다 잘 마무리가 되었고, 잘 재단한 목재들을 내가 그린 그림대로 조립하는 순서가 되었다. 뚫어둔 도미노의 폭과 깊이가 제 각각이라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수습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문제였기에 본드를 발라 조립을 시작했다.
역시 인생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은 많지 않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처음의 깔끔했던 설계도와 달리 사진처럼 많은 것들이 수정되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여유 없이 정재단을 해버린 과거의 나와 높은 습도로 나무가 휘어 어쩔 수 없이 두께를 줄여야 했다. 줄어둔 두께만큼 목재의 높이나 폭도 조정되었고 초반의 수치들에서 조금씩 변한 부분이 있다.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묘미.
요즘 유행하는 mbti의 j에 해당하는 사람이라 조금이라도 계획에서 벗어나거나 그린 그림과 달라지면 불편함을 느끼는데, 목공을 배우며 그런 부분이 많이 줄었다.
아무리 정확하게 수치를 맞추어두어도, 나무의 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중간중간 일어나는 일들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떤 부분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하는 것도 있으니까.
도미노에 본드를 바르고 아래부터 조립을 시작했다.
뒤판을 끼는 과정에서 조금 뻑뻑했는데, 정말 눈으로 보면 얼마 되지 않은 오차 때문이었다.
이전의 내게 목공의 이미지는 왠지 웃통을 깐 아저씨가 불끈 불끈한 근육질 팔로 도끼질을 해서 나무를 베고, 못질을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은 1mm의 오차 때문에 나무를 조립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기고, 뚫은 곳을 막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는 섬세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 뼈대는 잘 만들어내지만, 작은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놓치는 나에게 꽤 많은 교훈을 남겨준 사건이 많다.
목재를 재단할 때, 도미노를 끼우는 구멍을 뚫을 때 등.
대충 하고 맞추면 안 되나? 하는 내 생각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많이 배웠다.
덕분에 지금은 1mm의 오차도 내지 않게 칼날을 잘 맞추는 프로 꼼 꼼 이가 되었다.
본드를 바르고 클램프로 고정을 하니 얼추 내가 생각했던 도면의 그림이 보였다.
매일 평면의 목재만 보다가, 이렇게 3d 느낌으로 직접 보니 어깨가 으쓱했다.
창조주의 기분은 이런 것일까.
아직 곡선작업도 해야 하고, 다리고 깎아야 하고, 문짝부터 샌딩까지 디테일을 살려야 할 과정이 산같이 많지만 일단 내가 생각해온 디자인이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을 본 단계라 신바람이 났다.
공방에 다니는 다른 분들께 이리저리 자랑도 하고.
조금 더 애착이 생긴 느낌.
칼금을 열심히 긋고 나니 어느덧 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요즘은 배고픔조차 잊을 정도로 일요일, 공방에서의 시간이 훅훅 지난다.
이 가구가 완성되었을 즈음의 나는 또 어떤 것들을 배우고, 생각했을지 궁금하다.
그저 기술을 배우는 것만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 생각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요일의 시간이 귀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