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과학 박물관
#1. 좋은 감정은 남는다_기억 너머에서 나를 구성하고 있던 경험들
얼마전 아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여행을 많이 가야하는 이유로 '좋은 감정이 남기 때문'이라는 김영하 작가의 해석을 보았다. 이를테면, 가족들과 함께한 바다의 구체적인 기억은 잊어버려도 그 바다에 대한 좋은 감정이 남아서 나중에 바다에 가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좋은 감정들이 아이의 삶에 차곡차곡 쌓여 살아갈 힘이 되어 준다는 말이었다.
오늘 별다른 기대없이 가게된 보스턴의 과학 박물관에서 어린 시절 엄마, 이모들과 함께한 시간이 떠올랐다. 나이 또래가 비슷한 사촌들과 함께 우리는 종종 아쿠아리움이나 박물관 등을 가곤 했다. 구체적인 기억이나 장소들, 배움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새로운 장소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 소풍을 나온듯한 들뜬 기분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덜렁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은데, 기억의 저 편에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시간과 애정, 그리고 감정들이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떠오른 희미하지만 마음 속 깊이 남아있던 감정과 기억들은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에서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수 많은 사건 속에서도 또렷하게 남아있는 행복의 기억들이 내게 있음을,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 그러한 시간들을 나와 주변인에게 만들어줄 수 있기에.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나를 마주할 수 있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도 부지런히 나를 만들어주는 경험들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낼 희망과 힘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