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익숙했던 애매함이 위태로워졌다

by 주디

나의 일곱 번째 회사


일곱 번째 회사에서는 이제 2년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거쳐온 회사 중 두 번째로 재직 기간이 긴 회사다.

어렵게 입사했던 직전 회사에서 우울증을 겪으며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빠르게 막을 내린 후, 지금 회사에 입사하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직전 회사와 비슷한 규모의 회사로 입사할 수 있었다. 출근할 수 있어 다행이면서도 다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내가 회사를 다시 잘 다닐 수 있을까?

대기업이라는 조직에 내가 안 맞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 다닌 회사 중 이만큼 편한 곳은 없었다. (마음이 편하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조차 자연스레 사라졌었다) 일이 쉽고, 사람 스트레스도 없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내 포지션 자체가 ‘애매했기’ 때문이다.



불순한 의도나 견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조직 구조상 중요한 일에는 자연스레 배제됐고, 큰 실수로 이어질 만한 일도 맡지 않았다. 물론 리더나 선배들은 여러 기회를 주려고 했고, 나 또한 경력직으로서 (직전 회사에서는 실패했던...)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선배들과 함께 일의 판을 키워보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회사 안에서 ‘조직의 파워’가 어디에 실려 있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난 처음의 열정은 점점 옅어졌고, 어느새 몸과 마음이 편안한 이 ‘애매한’ 상태에 익숙해져 버렸다.



난 조직에서 꼭 필요한 사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없어도 되는 사람도 아닌,
'애매한' 사람이었다.





그 평온한 균형은 작년 말, 사업부 대표가 바뀌면서 기울기 시작했다. 대표 교체와 함께 우리 부서의 리더를 비롯해 기존에 있던 각 부서 임원들이 하루아침에 해임이 됐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회사가 전부가 아니구나", "회사를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를 실감하게 됐다. 리더가 나간 후 우리 조직은 새로 꾸려진 조직의 타깃이 됐으며, 특히나 우리처럼 리더가 부재한 조직 구성원은 자신의 성과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리더 부재의 시간 동안, 우리는 각자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보고서를 만들며 압박을 견뎌야 했다. 나 스스로도 내 애매한 포지션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불안했다. 하지만 선배들은 “연차가 낮은 대리급이니까 괜찮아. 네 직무는 대체할 사람이 없어서 위험하진 않을 거야”라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그 말은 금세 무색해졌다. 조금씩 내 업무가 줄어들더니, 결국 출근해서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퇴근하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난 리더*에게 이 상황을 알렸고, 머지않아 정식 면담을 하게 됐다.

(우리 조직 내 차순위 상급자가 리더 대행을 맡고 있었고, 리더가 내 업무를 세세히 컨트롤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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