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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미 Dec 10. 2018

화제의 드라마 ‘나쁜 형사’ 솔직 리뷰

방영 전부터 신하균 주연으로 주목을 받았던 MBC 월화 드라마 ‘나쁜 형사’

19금 마크까지 달고 나와 많은 범죄 스릴러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12월 3일 첫 방송 날, 우선 낮은 채도의 화면과 영화 같은 연출이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이미 BBC 드라마 ‘루터’의 리메이크작 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방송 전에 영국 드라마를 먼저 찾아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교를 하며 보게 됐다. 4화까지 본 지금, 어떤 점이 더 좋았고 아쉬웠는지 자세히 기록해 보았다.



여성 사이코패스의 신선함
은선재 (이설 분)

물론 원작이 있기는 하지만, 여성 사이코패스를 TV로 본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했다. <이리와, 안아줘>, <비밀의 숲>, <리턴> 등 흔히 드라마에서 나오는 사이코패스는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냥 괴기스럽기만 하지 않고 우태식 (신하균 배우 분)에 대적할 만큼 똑똑하고 치명적이라는 설정도 매력적이었다. 신인 배우 이설이 찰떡같이 연기해 준 덕에 몰입이 쉬웠다. 

다만 아직 원작만큼 우태식과 은선재(이설 배우 분)의 파워가 팽팽하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원작에서는 은선재에 해당하는 앨리스가 집 안에 블랙홀을 전시해 놓는다든지, ‘악마를 믿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자신만의 세계가 명확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광기가 확실히 보였기에 아무리 루터라도 쉽게 건드릴 수 없겠다는 위협감을 충분히 줄 수 있었다. ‘나쁜 형사’에서도 은선재의 광기를 습관이나 가구배치 등 작은 디테일에서부터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주면 훨씬 생동감이 살아날 것 같다.



비중을 늘린 장형민 캐릭터
장형민 (김건우 분)

사이코패스 검사 장형민은 ‘루터’의 헨리 매드슨에 해당한다. 원작에서 그는 초반 5분만에 병원에 입원해 사라진다. 가까스로 매달려 있는 매드슨을 보면서도 루터가 태연하게 이것저것 추궁하다가 결국 그가 떨어져 머리가 깨지도록 내버려 두기 때문이다. 매드슨은 루터가 마냥 선한 슈퍼히어로 형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만 짧게 쓰였다. 그러나 ‘나쁜 형사’에서 장형민의 비중은 훨씬 높아졌다. 매달리다가 떨어져 입원하는 결말은 동일하지만, 1, 2화 전체에 걸친 메인 빌런이다. 살아있는 사람을 묶어 놓고 생니를 뽑으며 즐거워하는 사이코패스라는 캐릭터도 부여받았다. 또 과거 배여울과의 관계도 살짝 보여주며 배여울에 대한 우태석의 죄책감에 설득력을 높였다. 원작에서 비중이 작았던 캐릭터를 연구하여 호흡을 불어넣은 점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태석과 본격적인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은선재가 3화부터 등장해 조금 임팩트가 덜한 점이 아쉬웠다. 1, 2화에서 우태석과 장형민의 신경전을 보며 한창 몰입하는데 돌연 장형민이 입원하며 사라져버리고 은선재라는 새로운 빌런이 등장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 있는 것이다. 1, 2화와 3, 4화가 단절된 느낌이라 조금 산만하기도 했다. 앞으로 우태석, 장형민, 그리고 은선재의 비중이나 관계를 적절히 배치하면 좋을 것 같다.



배여울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서사
배여울 (조이현 분)

원작에서 배여울에 해당하는 캐릭터는 루시 정도로 보인다. 초반에 잠깐 등장하는 아이다. 그러나 ‘나쁜 형사’에서는 배여울을 꽤 중요한 메인 캐릭터로 다룬다. 리메이크 과정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배여울은 13년 전 장형민이 저지른 살인의 목격자였다. 당시 배여울은 보복을 두려워하여 목격자 진술을 강하게 거부했으나 우태식이 안전을 보장해주기로 하고 진술을 하도록 구슬렸다. 그러나 결국 장형민에게 들키고 말았고 그대로 배여울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우태식은 10년이 넘도록 죄책감을 안고 살았는데, 4화 마지막에 은선재가 배여울 일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났다. ‘루터’와는 전혀 다른 전개다. 원작은 매번 에피소드 식으로 사건이 발생했지만, ‘나쁜 형사’에서는 배여울이 누구인지에 대한 미스터리를 중요한 서사로 깔고 전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된다면 배여울, 은선재, 우태식을 포함해 훨씬 캐릭터 간의 연결성을 강화한 집약적인 서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형사’는 현재 4화까지 방영했고, 10%의 시청률을 넘어서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력 범죄자 출소에 대한 우려 등 중간 중간 한국의 상황에 맞춘 묘사들이 보여 밀착력이 높다. 앞으로 기대되는 지점이 많은 만큼 계속 순항하여 웰메이드 범죄 수사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월화 밤 10시, MBC에서 확인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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