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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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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미 Jul 02. 2018

라디오의 미래를 묻기 전에, 먼저 라디오를 켜자!

    7월 1일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는 MBC FM4U 여름 특별기획 <2018 환경콘서트 RePLAY>가 방송되었다. 환경오염으로 잃어버린 소리를 ‘재생’할 콘서트였다. 환경을 사랑하는 뮤지션들과 음악을 즐기며 환경의 소중함을 생각하자는 취지였다. 처음엔 의구심이 들었다. 콘서트를 한다고 환경이 달라지는 건 아닐 텐데. 공연은 상암 문화 비축기지 T2 공연장에서 열렸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 싸여있었다. 흡사 ‘브라만의 음악대’가 떠올랐다. 신비하고 아늑한 느낌을 풍겼다. 10년 만에 환경콘서트 MC를 다시 맡아주신 배철수 씨의 인사를 필두로 시작되었다.


스텔라 장: 월급은 통장을 스쳐 갈 뿐, it’s raining

초록색 의상을 입고오신 스텔라 장 씨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대단했다.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가스를 덜 배출하고, 빨대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비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긱스(루이, 릴보이): officially missing you

릴보이의 이름은 littleboy를 힙합 식으로 읽은 것이다. 좋아하는 뮤지션인 Big Boi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김제동: 김광석 <일어나>

반짝이는 풍선을 들고 와 뒤에서 등장하셨다.


유키 구라모토 +김물길: ‘Meditation’, ‘Lake Louise’, ‘Romance, Cordiality’

유키 구라모토씨는 한국말을 잘 했다. 어느 정도 통역 없이도 알아듣곤 했다. 여행작가 김물길씨는 작품을 유키 구라모토 씨에게 선물했다.


박정현: ‘You mean everything to me’, ‘Vincent’, ‘같은 우산’, ‘꿈에’

someone like you도 살짝 들려주셨다

    신기하게도, 콘서트가 무르익을수록 환경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짙어졌다. 오늘 하루 환경을 위해 한 일을 돌아보게 되고, 미세먼지가 없는 하늘을 꿈꾸게 되고… 일상에 치여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들이다. 환경을 주제로 공연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환기되었다. 어디선가 그랬다. 한 사람의 스무 걸음보다 스무 명이 다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갈 때 더 큰 변화가 가능하다고. 이런 콘서트를 기획하고 라디오로 방송하는 이유일까? 청취자들에게 부담 없이 친근하게, 꼭 필요한 물음을 던질 수 있으니까.




며칠 후 라디오 PD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왼쪽부터 안동진PD, 하정민PD, 박정언PD, 한재희 부장PD

  

  <굿모닝 FM 김제동입니다>를 맡은 하정민 PD는 안동진 PD와 함께 환경콘서트를 기획한 주인공이다. 그녀는 라디오 PD가 이상한 직업이라고 운을 뗐다. <여성시대>를 맡아 고부갈등에 대해 한참 듣다가, <친한 친구>로 넘어가면 발랄한 젊은이들의 세계에도 푹 빠져 보고, 그러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맡으면 느닷없이 무거운 정치 이야기로 옮겨가기도 하고… 정말 정신이 없는 직업이라고 했다. 하지만 늘 변하지 않는 것은 청취자와의 관계라는 특별함이었다.


    라디오는 일상적으로 듣는 매체다. 매일매일을 함께 보낸 동반자다. 끈끈한 유대감이 생겨난다. 스킨십을 한 것처럼. 그래서 청취자들이 더 관대하게 웃어주고, 더 귀 기울여 준다. <한예리의 FM 영화음악>을 맡고 있는 박정언 PD는 TV PD에서 라디오 PD로 직종 전환한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었다. 박 PD는 "TV는 파급력이 크지만 좀 더 전투적이어야 할 때가 많다.‘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라디오는 좀 더‘내 편’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한 논문은 라디오의 키워드를 ‘노출의 다양성’과 ‘동시 이용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라디오는 사회 곳곳의 소외된 곳까지 방송된다. 또 귀만 열어두면 되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병행하여 들을 수 있다. 따라서 TV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부담이 없다. ‘환경’ 같이 거대해 보이는 이야기도 소소하고 재미있게 다룰 수 있다. 지금 당장 라디오를 켜보면 알 수 있다. TV가 대체할 수 없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있다.


    그리하여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라디오의 미래는 밝다. <환경 콘서트>와 같은 기획으로 사람들의 거리가 좁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분명히 라디오에는 미래가 있다.


사진출처: MBC 홍보부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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