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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미 Aug 03. 2018

폭염 맞이 납량특집: 어서 와, 귀신은 처음이지?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이야기

 

백화점 지하주차장 같은 날씨!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미지근해진 음료수와 금방 녹아 버리는 아이스크림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면, 등골 오싹해지는 공포 드라마를 보며 자체적인 냉방 시스템(?)을 가동해보는 건 어떨까요!



혼 (2009)

한줄평: 밤에 생각 날만큼 무서운 귀신들, 정통 호러 느낌 팍팍!


10부작으로 단기 승부를 본 공포 드라마입니다. 거의 10년 전 드라마이기 때문에 요즘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감안하고 봐도 연출이나 음악 등이 꽤나 무서운 편입니다. 또 단순 귀신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사회 문제나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문제가 되었던 교내 집단 괴롭힘이나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 법꾸라지 이야기가 비중 있게 등장해요. 범죄자를 교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 대립도 꾸준히 나오고, 법이 아닌 ‘혼’의 복수를 통한 심판이 정의로운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처음에 옥상에서 자살하는 학생이나 왕따 등 학교 배경 원혼 이야기가 이미 여고괴담이나 일본 작품들에서 많이 봤던 식으로 표현되어 아쉬웠습니다. 10부작이므로 하나의 이야기를 치열하고 치밀하게 따라갔다면 더 짜임성 있는 드라마가 되었을 것 같아요. 정통 호러를 원한다면 추천!


아랑사또전 (2012)

한줄평: 세세한 비주얼까지 신경 쓴 노력에 박수를!


최근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이 개봉해 화제죠. 하지만 6년 전 TV 드라마에도 이승과 저승, 옥황상제와 염라대왕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아랑 민담 전’을 모티브로 한 아랑사또전입니다. 드라마는 원작의 공포에 로맨스와 판타지를 가미하여 다채로워졌습니다. 사실 집에서 트는 TV로 공포 분위기를 선사하기는 굉장히 힘들 수 있어요. 귀신 이야기를 이렇게 우회하여 접근하는 것도 영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로 지금 보면 CG나 미술이 엉성하게 느껴지지만 그 안의 콘텐츠가 꽤나 괜찮습니다. 우선 민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롭구요. 복숭아꽃을 맞으면 상처가 나는 저승사자나 곡선을 살린 저승 배 등 한국적 요소를 녹이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아름다운 색채 비주얼을 버무린 공포가 궁금하다면 살짝 구경해보아요!


야경꾼 일지 (2014)

한줄평: 감정선은 아쉬우나 판타지 성이 돋보임 


조선시대 가상의 왕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퓨전 사극입니다. 야경꾼이란 통행이 금지된 밤 9시부터 새벽 5시 사이에 귀신을 잡던 순찰대라고 보면 됩니다. 유치할 거란 편견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1화부터 빠져들었습니다. 백두산 용신족, 마고족 등 신이한 능력과 전통을 가진 부족 사회가 아직 있다는 설정이 재미있었어요. 마블 영화 ‘블랙팬서’에 나온 와칸다의 여러 부족들이 연상되기도 했고요. 그만큼 소재 자체로는 좋았습니다. 무리수 CG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여주인공인 ‘도하’ 캐릭터가 많이 아쉬웠습니다. 너무 무력하고 힘 없이 잡혀가 늘 남자 주인공의 구출만을 기다렸기 때문이죠. 주인공만을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야경꾼이라는 소재 자체에 집중해 섬세하게 다뤘다면 훨씬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점만 감안하고 본다면 신선한 영감을 받을 지점들이 곳곳에 보이는 드라마입니다.


밤을 걷는 선비 (2015)

한줄평: 신선한 설정, 이준기와 이수혁의 섹시함


이번에는 조선시대의 흡혈귀 이야기입니다. MBC에는 귀신+조선시대 작품이 많았네요. 왕실에 대대로 왕 위에 군림하는 흡혈귀가 있다는 설정입니다. 귀의 존재는 왕이 될 자들에게만 전해지고, 그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세자는 왕이 될 수 없는데요, 작가의 상상력이 재미있습니다. ‘밤을 걷는 선비’는 만화 원작입니다. 하지만 원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각색이 많이 되었다고 해요. 또 공포보다는 로맨스에 집중했는데, 그 사연이 꽤나 절절하여 이입이 잘 되는 편입니다. (이준기 씨의 연기에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마냥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고 오히려 여름의 청량함이 풍깁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20부작이라는 드라마의 길이입니다. 처음에는 끌리는 요소들이 많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를 너무 길게 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오로지 작품성만 봤을 때 확 압축하면 훨씬 흥미진진했을 것 같습니다.




눈 감으면 귀신이 쳐다보고 있을까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면서도 끊임없이 귀신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쫄보 호러 마니아로서 소개하지 못한 작품이 많아 아쉽네요. 조사를 하다 보니 한국에는 아직 ‘공포’라는 장르가 조금 생소한 것 같습니다. 물론 잘 만든 드라마들도 많지만 ‘로맨스’나 ‘법정물’ 같은 장르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귀신 이야기가 시대착오적이라거나 한 물간 유행쯤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충분히 현시대에 맞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공포 장르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글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한국 드라마뿐 아니라 공포의 본 고장인 일본 드라마, 미국 드라마, 영국 드라마 등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니까요.  


혹시 여러분의 머리를 쭈뼛 서게 한 공포 드라마가 있었나요?

있다면 오늘 우리 공유해봐요!


(사진출처=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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