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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랑 Oct 08. 2020

2. 삼성의 퇴직 문화, 이대로 괜찮지 않다.

내가 사는 불편한 세상




 작년에 나의 삼촌이 경찰로서 정년퇴직을 하셨다. 서에서 후배들과 화려한 퇴임식을 하셨고, 가족들도 다 같이 모여 큰외삼촌의 이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 축하했다. 35년간 이어오던 업을 내려놓는 순간을 우리 모두 축하했다. 큰외삼촌이 자랑스러웠고 존경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나의 퇴직은 어떨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삼성에서 일하고 있다. 사기업 중 좋은 복지와 빠른 퇴직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원들 모두가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다니고 있다. 실제로 임원을 제외하고 52세 이상의 상사를 본 적이 없다. 법으로 정해진 정년은 60세이나, 50대 초반만 돼도 회사에서 희망퇴직 메일을 보내오기 시작한다. 간혹 회사 생활 동안 하위 고과가 있던 사람들에겐 40대 후반만 되어도 희망퇴직 메일을 보내온다고 한다. 말이 ‘희망’이지 타의에 의한 것이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소리 소문 없이 회사를 떠난다.




 사실 나는 처음 신입사원 입장에서, 꼰대가 없고 기업문화가 빠르게 바뀔 수 있어서 어쩌면 나쁘지 않은 거라 생각했다. 정년이 보장된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년이 다가오면 큰 노력 없이 권력이 생겨서 실무를 아예 하지 않는 상사들이 너무 많다고 한다. 새로운 문화에 정착할 노력조차 하지 않는 꼰대 상사들은 워라밸 없는 회사생활, 성희롱과 성차별이 난무한 회사생활, 회식과 의전을 강요받는 회사생활을 선사하고, 친구들의 스트레스/탈모/비만/퇴사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반면에 우리 회사는 연차가 쌓일수록 정년을 늦추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다. (물론 가끔 ‘인사는 뭐하나 저런 사람 안 잡아가고…’라는 탄식이 나오는 사람들도 왕왕 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회사에서 쓰임이 없어지지 않도록 모두가 감각을 세우며 실적을 찾는다. 어느 누구도 놀지 않고 다 같이 일하는 분위기이다. 특히나 나같이 서툰 사원 급은 연륜 있는 선배들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존경하는 40대 후반의 한 선배가 우리 회사의 퇴직 문화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 “사실 입사보다 더 축하받아야 하는 것이 퇴직이야. 안 그래? 몇십 년간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축하를 받는 게 마땅해. 그런데 우리 회사는 정년 전에 쫓겨나니까 절대 명예로운 퇴직이 될 수 없어. 모두 조용히 퇴직을 해… 그럴 수밖에 없지...”




 그렇다. 누군가 명퇴 날짜가 전해지면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가벼운 자리를 마련할 뿐, 부서 차원의 퇴임식은 물론 퇴사 소식을 공식적으로 전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의 퇴직은 절대 숭고한 것이 되지 못한다. (혹시나하고 덧붙이자면 퇴직 시기에 대한 고용불안은 임금과 복지와는 별계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기업들이 퇴직이 보장되거나 안되거나 하는 양가적인 태도를 갖는다. 기업들의 근로 형태.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라 보기엔 양쪽 모두 너무나 극단적이고 각자 좋지 않은 사문화를 만들고 있다.  수직적인 구조에서 정년이 보장된 것은 고인 사문화를 만들고, 이른 명예퇴직은 고용불안과 불명예스러운 퇴직을 안긴다. 양쪽 모두 일부에게만 혜택이 가는 이 제도들 이대로 굳이 유지 필요가 있는가 의문이 든다.




 수직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노조 문화가 활성화 되어 노동자들의 권리를 끊임없이 논해야 하는 이유이다. 절이 싫으니 중이 떠나는거 말곤 답이 없을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퇴직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 수석님의 퇴임식이 행복한 자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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