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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랑 May 03. 2020

1. 대학을 안 간 사람들

내가 사는 불편한 세상



 항상 우둔하게 살아오던 내가 계몽 사건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대학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난 순간이다.



 때는 2016년, 코이카 장기봉사자들을 위한 열흘간의 합숙 연수를 받을 때였다. 환경에 대한 얕은 관심 하나로 봉사 길에 오른 나와는 다르게 그곳에서 만난 봉사자들은 아주 엄청난 사람들이었다. 함께 수업을 듣는 그들은 사회 현상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갖고 있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연수 기간 동안 낮에는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회운동가들의 연설을 들었고, 또 밤이 되면 다 같이 모여 앉아 지구온난화와 현재 사람들의 행태에 대해, 난민에 대해, 결연사업과 기부 포르노에 대해,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보권에 대해… 이외에도 다양한 국제사회 문제에 대해 얘기하였다.



 나는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각자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직업, 각자의 종교, 본인만의 사유를 갖고 살다가 장기 해외봉사를 위해 한 곳에 모인 그들의 이야기는, 좁은 우물 안에 살고 있던 나에게 너무나 신선한 것이었다. 언제나 수동적으로 살아온 나에게 그들의 인생사는 언제나 새로웠고 동시에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 중 하나가 ‘대학’이다.



 함께 방을 쓰던 한 친구는 대학을 갔다. 그 친구는 특목고 출신으로 학창 시절 꽤나 공부를 잘한 친구였다. 그 친구는 학창 시절부터 국제개발에 대한 확고한 꿈을 갖고 있었고, 현업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분야이기에 대학을 가지 않고도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대학을 가지 않았다고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혼자 전국의 저명한 연사들의 강연을 찾아다니고, 관련 서적을 공부하고, 현업에 뛰어들며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또 한 친구는 우리나라 대학의 구조가 맘에 들지 않아 대학을 갔다. 과도한 등록금과 학사 비리가 난무하는 우리나라 대학에 시간과 돈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을 가지 않은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는 대신 정당, 환경 단체, 인권단체 등 자신의 뜻과 맞는 단체들에서 일하고 있었다. 가끔은 대학을 갔더라면… 하며 생각하는 일은 있어도 자신의 선택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둘은 한때 나처럼 열심히 입시를 준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대학 만을 가기 위한 공부를 했던 나와 다르게, 그들은 ‘대학’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대학은 어떤 곳인지 알아보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한 뒤 자신의 이념과 비교하였고, 대학 진학 여부를 '선택'했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을 안 간다는 것은 정말 큰 결단이 필요한 것인 만큼 그들은 당시 아주 힘든 선택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끝내 그들은 자신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들의 이야기들 들으니 나는 과연 어땠는지 생각해 봤다. 과거의 나는 내게 모든 것의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나이에 맞는 초-중-고-대학교의 교육과정을 거친 뒤 직장을 갖고 제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박민규 작가가 책에서 말한 ㉿ Korean Standard (코리안 스탠다드)에 나를 맞추며 살아왔다. 그 모든 변화에 있어서 나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며 살다. 무수히 많은 갈림길이 있었지만, 나는 세상이 이끄는 한 가지 길만 선택했다. 대학을 가야만 하는 곳 인 줄로만 알았고, 내가 선택권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좋게 말해 ‘부모님 말 잘 듣는’, ‘사고 치지 않고 잘 자란’ 사람이 되었지만 사실 그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나의 생각을 키우고 그 생각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다. 더 이상 과거처럼 수동적으로 살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내가 앞으로 택할 모든 것에 대해 사유하고 나에게/세상에게 올바른 선택만을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기준을 정하며 살아가야지.


 나는 더 이상 나의 선택권을 세상에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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