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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홀랑 Dec 09. 2020

4. 혼란스러운 건 나뿐인가

내가 사는 불편한 세상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 믿고

가능성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능력보단 노력을 믿으며 살아가 있으나...

태생과 환경에 따라 모두가 같은 성과를 낼 순 없는 아이러니 앞에서

그럼에도 우린 모두 행복할 가치가 있는 사람들임이 틀림없다 믿

시장의 달콤함따위 인간존엄성 앞에선 아주 하찮은 것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긴 한데,


내가 가진걸 세보면 너무나 많고, 그걸 알면서도

어느 것 하나도 잃을 준비되지 않았고

고작 약간의 돈으로 쉽게 일희일비하며

내가 쫒는건 과연 행복이 맞나 의심이 들고

어느 누구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

모두가 인정하는 사람이 되어 인정받는 사람들과 살고자 한다.


변화하는 세상이 우리에게 꼰대가 돼라 하며 쥐어준 첫 미션은

믿고 있던 다양성과 세계화를 버리는 것이었고

이 것이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닌 걸 알았으면서도

한 세기 동안 이용당하고 이용해온 걸 알았으면서도

그럼에도 얻은 게 많다 자부하고 있던 우리는

지난 몇 해간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안팍으로 혼란스러우니

결론없는 토론들은 지겨워만진다.

그 이유가 좌와 우로 나뉘는 정치적 스텐스를 갖지 못하고

울타리로 나뉜 세상 또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에 있는듯 하여

올해는 어느 한 곳에라도 속해 보고자 경제를 공부해보기도 했다만

12월이 되도록 아무 성과 없는 건

어느 누구도 어디에도 너는 어떤 사람이야 라고 말해주지 않아서일까.

번식을 버리고 생존 쫒기에,

가치가 다른 먼저 산 사람들 얘기해주지 못한다고 보는건 다가 아닐 텐데.


그냥 단순하게 어릴 적 너는 또래집단에 속해있어,라고 말했던 선생님과

순순히 받아들인 나처럼

모순덩어리인 너는 이상한 게 아니야,라고 누군가 시원하게 정의해주고

나는 그걸 순순히 받아들이고 싶다.


이렇게 혼란스러운건 내가 똑똑하지 못한 탓일까

모든 가능성을 너무 믿어버린 탓일까.

200년 전 소설에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던 주인공이 있던 거 같은데.

에픽하이 1집 '10년 뒤에'에 나온 가사를 곱씹으며

나의 정체성과 뿌연미래를 생각하는 28살 나는

사춘기가 늦게 온건가 싶기도 하다.

모르겠다. 내일 일찍 일어나긴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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