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9일 전국투어(1)
1.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사실 고생은 4월부터 시작되었다. 4월 말에 예정되어있던 미국 2주 여행은 코로나 시대의 도래로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작년 7월에 입사한 후부터 주구장창 올해의 미국 여행에 관하여 팀장님께 세뇌를 시켜놨던 터인데, 필자는 한순간에 ‘머쓱타드’가 되어버렸다.
7월의 평범한 날, 친애하던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내용인 즉슨 전국 투어를 떠날 계획이고 휴가 일정이 맞으면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일주일간 자리를 비우기에는 오래되고 고지식한 직장에 재직중이라 거절하려던 머쓱타드는 문득 4월에 취소되었던 긴 휴가를 떠올렸다. 좋은 핑곗거리였다.
‘아, 이거다!’
2. 머피의 법칙
미워하는 이가 아닌, 애정해 마지않는 대상의 불행을 염원해본 적이 있는가? 복잡한 심정이었다. 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었다. 그러나 삶은 번번이 원하는 곳과 반대로 우리를 인도한다. 구성원 중 두명은 여행 준비 도중, 원하던 직장에서 면접 제안을 받았다. 순수하게 응원만 해주기에는 아직 미성숙한 인격을 지닌 필자였다.
결국 두 명 모두 면접에 합격했고, 그 중 한명은 입사를 포기하고 다시금 합류했다. 당시에는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압도적이었다. 다행히 여행을 다녀온 후 강렬한 추억에 죄책감은 희석되었다.
이 또한 고생 끝의 낙이었다.
3. 마시멜로우
한 명을 떠나보내고 얻은 마시멜로우는 달콤했다. 어린이들에게 15분이라는 시간이 주는 고통은 무척이나 쓰라리다. 그만큼 아쉬움이 짙었지만 새로 합류한 두명의 구성원들은 그 마음을 사르르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비로소 완전체가 되었다. 인고의 과정을 거쳤기에 보상은 더 명예롭다. 이번 여행도 다를 바 없다. 마시멜로우고 뭐고 다 녹여버릴 것만 같은 무더위와 당혹스럽게 쏟아지던 장마비 등이 9일간 끈덕지게 따라다녔지만, 그로 인해 우리는 쉽사리 서로간의 라포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에 관한 것들은 추후에 써내려가 보고자 한다.
어찌됐든, 우리의 전국투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