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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s drawing Sep 08. 2015

그게아니고

아파서그래


구내염이 생기니까 떠오른다.
우리집은 옛날부터 큰병이든 작은상처든
크게 신경쓰는 집이 아니었다.
엄마는 자꾸신경을 쓰면 더 나빠지거나 병을 불러들인다고 믿었다.
정확하게는 몰라도 말이 씨가된다는 개념이었나보다.
어쨋거나 그렇게 살다보니  입병이나 손을 종이에 베이는 정도는
커가면서 나 역시도 그러려니 하는데다가 무심하게 돌보지도 않았다.
혓바늘이 돋거나 입에 구멍(구내염)이 생겨도 매운떡볶이를 열심히 먹었고
일부러 김치를 한 가득 넣어 아무렇지 않다는것을 스스로 자각하려 하곤 했다.
물론, 그 아픔을 아는 사람은 당장에 얼굴을 찡그리리라는것도 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온 내게 아픈것은 아픈것일 뿐...
별게 아니었다.(사건이라고 생각하기조차 존재감 없는...)

그런 내게 약을 바른다거나 약을 사먹는것은 사치면서 호들갑이었고 부산스러우며
귀찮고 돈을 낭비하는 일이었다.
그에게는 달랐지만 말이다.

입에 난 구멍이 '구내염'이라는것도 처음알았다.
말그대로 입에 염증이 난것인데 그런 용어를 쓰는것 조차
어색해서 내 입으로 꺼내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구내염'이 생겼다고 사람들에게 설명한다...ㅎㅎㅎ

땅속에서 수십년은 묵었을것같은 무김치를 큰언니가 가져왔다.
맛도 맛이지만 식감이 예술이었다.
진하도록 깊은맛이 도는 상태에서 무만의 그 단단함을 그대로 유지하고있는 이 경지...
우와~
문제는 구내염이 윗입술 앞에 두개나 있어서 앞니로 무를 베어먹는것이 너무나 힘들다는것이다.
오이지 정도는 아무렇지않는데.. 김치의 짠기는 그 따가움이 배에 달했다.
몸서리 쳐대는 나를보고 언니는 의아해했다.
"그렇게 맛있어?"ㅋㅋㅋ
이유를 알자 어김없이 큰언니도 우~우~몸서리를 쳤다.

그였다면 또 펄쩍 뛰었을꺼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아무일도 아니라는듯이 너무나 당연하게
연상되어 나타나는 사람.
누구보다도 내 상처들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대던 사람.
나 조차도 모르거나 잊고있는 생채기들을 발견해내며 걱정해주던 사람.
그런 그가 이제는 없다.

나는 이미 길들여져 아프면 아프다고 약을 먹겠다고 응석을 부리는
응석쟁이가 되어버렸는데.....
이젠, 그것을 받아줄 그 사람이 없구나.
그러나 또 곧 무뎌지리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안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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